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우리는 에페소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전하는 ‘성령의 일치’라는 거대한 그물망과, 루카 복음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마주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 각자가 받은 은총의 분량대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로 부름받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복음에서 예수님은, 열매를 맺지 못해 잘려 나갈 위기에 처한 나무를 위해 한 해만 더 시간을 달라고 애원하는 정원사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십니다. 이 말씀들은 오늘, 벤자민 보, 우리 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하루를 시작하는 여러분의 마음속에 깊은 파동을 일으킵니다.
어느 날, 벤이 아빠와 함께 기차 여행을 떠났던 날의 사진을 떠올려 봅니다. 창밖으로 눈부신 햇살과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벤은 환하게 웃고 있는데, 맞은편에 앉은 동생 라이언은 세상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그 평화로운 순간, 벤의 그 맑은 미소 속에 담긴 것은 단순히 여행의 즐거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형으로서 동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애정이자,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리는 가장 순수한 행복이었습니다. 벤은 그렇게 우리 삶의 정원 한가운데서 가장 고운 꽃을 피워내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오늘 복음의 정원사는 말합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십시오.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이 정원사의 마음은 바로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때로는 삶이 우리에게 너무나 가혹해서, 왜 벤이 그렇게 빨리 떠나야 했는지,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알란 님, 타오 님, 벤의 빈자리 앞에서 여러분은 밤마다 스스로를 다그칠지도 모릅니다. ‘내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내가 무언가를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그 서글픈 자책이 여러분의 영혼을 갉아먹지는 않습니까?
오늘 주님은 그 자책의 돌을 여러분의 가슴에서 조용히 들어내십니다. 여러분,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 세상의 질병은 결코 부모의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며, 여러분의 정성이 모자라서 일어난 일도 아닙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픈 마음을 당신의 십자가 아래에서 함께 안고 계십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던 그 평화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의 품 안에서 모든 고통을 벗어던지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하늘보다 더 찬란한 빛 속에서 자유롭게 숨 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질책을 이제 주님의 자비 앞에 온전히 내려놓으십시오.
벤은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소년이었습니다. 벤이 열다섯 해를 살며 보여준 그 지혜는 세상의 계산법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삼촌이 큰 아픔을 겪을 때, 벤은 자신의 전부였던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저금통을 깨거나 건네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그 마음의 고백 하나가 중요합니다. 나 혼자 살겠다고 곳간을 채우는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이의 아픔과 바꾸고 싶어 했던 그 순수한 제공의 마음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보화가 아니겠습니까? 벤은 이미 그 짧은 삶 안에서, 하늘나라의 법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을 기억하니? 네 곁에서 함께 장난을 치고, 여행지에서 나란히 발걸음을 맞추던 형의 그 따뜻한 미소는 네 안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씩씩하게 바라보렴.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너의 그 다정한 발걸음마다 형의 사랑이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은 언제나 네 삶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 네가 하늘을 향해 꿈을 펼칠 때마다 너를 응원해 줄 거야.
알란 님, 타오 님.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닙니다. 벤이 여러분의 삶에 남긴 그 맑은 온기와 사랑은 지금도 여러분의 숨결마다 살아 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좋아하던 비행기 사진이나 환하게 웃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고요한 침묵 속에서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상처 입은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줄 것입니다. 우리는 벤을 잃은 것이 아니라, 벤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통해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만 마음속에 품고 가십시오. 우리는 세상의 계산과 두려움에 매여 사는 이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일치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품었던 그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굳건히 살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다오.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모든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멘.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의 얼굴을 비추시어 은혜를 베푸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