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니, 이 거룩한 말씀의 식탁에 모인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자비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나이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의 굳은 마음을 녹여 당신 사랑을 깨닫게 하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의 모든 상처와 슬픔을 당신의 치유 안에 머물게 하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한 장면을 마주합니다. 바리사이 시몬의 집에 초대받은 예수님, 그리고 그분의 발치에 엎드려 자신의 눈물로 그 발을 씻어드리는 한 여인의 모습입니다. 이 여인은 값비싼 향유가 든 옥합을 깨뜨려 주님의 발에 붓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향기를 내는 행위가 아닙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온 존재를 다한 사랑의 고백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장면을 보며 시몬은 마음속으로 비난합니다. '저 사람이 예언자라면, 저 여자가 죄인이라는 것을 알 텐데….' 그는 예수님을 초대했지만, 정작 자기 마음의 문은 닫아걸고 있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선생님'이라 부르면서도, 정작 그분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법은 몰랐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평가'하고 있었을 뿐, 그분을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벤자민이 하느님 품으로 돌아간 지 어느덧 석 달이 흘렀습니다. 여러분의 가슴 속에는 어쩌면 시몬처럼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이, 혹은 '더 잘할 수는 없었을까'라는 서늘한 죄책감이 옥합을 닫아걸듯 여러분의 마음을 가로막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 속 여인을 보십시오. 그녀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수치도, 자신의 아픔도, 자신의 눈물도 모두 주님 앞에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그녀는 주님의 발을 씻기며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아냈습니다. 자신의 가장 낮은 곳을 주님의 가장 낮은 곳에 맞춘 것입니다.
벤자민이 우리 곁에 머물던 그 열다섯 해를 떠올려 보십시오. 벤은 참으로 투명한 아이였습니다. 비행기를 그토록 사랑하고, 아빠의 꾸며낸 이야기조차 세상에서 가장 귀한 진실로 받아들이며 귀를 기울이던 아이. 벤의 그 맑은 눈빛에는 계산이 없었습니다. 벤이 삼촌의 아픔을 보았을 때, 자신의 어린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마음을 기억하십시오. 실제로 그 저금통을 깨뜨리지는 않았지만, 그 '내어줌'의 의지는 벤의 영혼이 얼마나 고귀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벤은 자신의 것을 꽉 쥐고 있는 아이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어젖힐 줄 아는 아이였습니다. 벤은 이미 그 여인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혹시 지금도 밤마다 '내가 벤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가두고 계십니까? 벤이 아팠던 것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의 죄도 아니고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자비의 빛을 기억하십시오. 질병은 부모의 소홀함이나 어떤 실수에 대한 벌이 아닙니다. 어떤 슬픔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찾아옵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세상이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숭고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벤이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밝혀준 가장 따뜻한 등불이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죄책감이라는 들보를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여러분은 충분히 사랑했고, 벤은 그 사랑 안에서 행복했습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나 됨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된 것입니다.' 바오로는 자신의 부족함과 과거의 잘못을 알았지만, 그 모든 것을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받아들였습니다. 여러분, 벤이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라고 말했던 그 맑은 목소리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 앞에서 그 누구보다 온전하고 자유롭습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 남모르게 베푸는 자비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통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주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네 죄가 용서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의 죄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여러분을 짓누르는 슬픔과 죄책감의 짐을 의미합니다. 그 짐을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웃음을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가정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