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오늘 우리는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을 낳으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을 기뻐하며 주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였습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자녀로서 기쁘게 살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슬픔 속에서도 당신의 현존을 신뢰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형제 사랑을 실천하는 데 인색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우리는 마리아의 탄생을 축하하며 모였습니다. 보통 누군가의 생일은 그 사람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마리아의 탄생은 인류 구원의 서막이 열리는 거룩한 아침입니다. 미카 예언자는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베들레헴 에프라타야, 너는 유다의 부족들 가운데에서 작은 곳이지만, 너에게서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나오리라.' 작고 보잘것없는 곳에서 위대한 구원의 빛이 시작된다는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하느님은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작고, 더 낮고, 더 조용한 곳에서 당신의 일을 시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사랑하는 벤자민 보(Benjamin Vo)를 기억합니다. 벤 역시 작고 어린 소년이었지만, 그 아이가 보여준 사랑의 깊이는 세상의 그 어떤 거창한 업적보다 더 넓고 깊었습니다. 벤은 마치 미카 예언자가 말한 그 '작은 베들레헴'처럼, 자신의 짧은 생애 동안 하느님의 평화를 이 땅에 심어놓고 떠났습니다. 벤이 아빠와 함께 비행기를 보러 다니며 나누었던 그 순수한 즐거움, 아빠의 이야기를 세상에서 가장 진지하게 들어주던 그 경청의 마음, 그리고 삼촌을 위해 자신의 전부였던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놓으려 했던 그 마음은,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작은 천사의 선물이었음을 우리는 압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벤이 떠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아침마다 아이의 방문을 열어보며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여러분은 얼마나 많이 울었습니까. 때로는 '내가 더 좋은 부모였더라면', '무언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가두고 괴롭히기도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의 족보를 보십시오. 그 안에는 다윗, 솔로몬 같은 위대한 왕들도 있지만, 라합이나 우리야의 아내처럼 인간적인 허물과 상처를 지닌 이들도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원은 인간의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자비에서 옵니다. 벤이 아팠던 것은 결코 여러분의 탓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보시고 '이 사람의 죄도 아니고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진리를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은 벤에게 세상이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지금도 하늘나라의 가장 밝은 빛으로 벤을 감싸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용서하십시오. 하느님은 여러분을 탓하지 않으십니다.
벤은 비행기를 사랑했습니다. '콘 침(Con Chim) 항공사'를 꿈꾸며 아빠와 함께 비행기 기종을 나누던 그 아이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합니다. 벤에게 비행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더 넓은 하늘을 향한, 하느님의 품을 향한 순수한 열망이었습니다. 이제 벤은 그 꿈을 다 이루었습니다. 벤은 지금 하느님의 품 안에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을 가장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라고 말했던 그 맑은 목소리를 잊지 마십시오. 벤은 지금도 여러분 곁에서 보이지 않는 천사의 날개로 여러분을 감싸 안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흘리는 눈물은 벤을 향한 가장 깊은 사랑의 고백이며, 그 사랑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 하느님의 끈입니다.
동생 라이언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형이자, 함께 꿈을 나누던 최고의 친구였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웃음과 다정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네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언제나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수호천사로 함께하고 있단다.
오늘 우리는 '임마누엘', 곧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말씀을 마음에 새깁시다. 벤이 우리 곁을 떠난 것 같지만, 사실 벤은 하느님과 함께 우리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에게 생명수를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베푸는 그 작은 자비들, 남모르게 행하는 그 선행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여러분에게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웃음을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벤자민의 영혼에 영원한 평화를 주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마칩니다.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