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주님께서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어루만져 주시는 이 거룩한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지혜보다 사람의 생각을 앞세웠음을 고백하오니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슬픔 속에서도 당신의 현존을 보지 못했음을 고백하오니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의 닫힌 마음을 열어 당신의 빛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오늘 우리는 루카 복음의 한 장면에서, 쉼 없이 이어지는 예수님의 발걸음을 봅니다. 회당을 떠나 시몬의 집으로 향하시고, 해 질 녘에는 병든 이들을 치유하시며, 날이 밝자 또 다른 고을로 향하시는 그분의 모습은 멈추지 않는 사랑의 흐름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누군가는 심고 누군가는 물을 주지만, 결국 자라나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고 선포합니다. 오늘 이 말씀의 물줄기를 따라, 우리 곁에 머물렀던 다정한 소년 벤자민 보(Benjamin Vo)의 삶과 그가 남긴 사랑의 흔적을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성장’이라는 단어를 결과물로만 생각하곤 합니다. 얼마나 자랐는지,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 눈에 보이는 지표로 판단하려 합니다. 그러나 오늘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성장의 정의를 내어놓습니다. “나는 심었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으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이 말씀은 우리 인간의 수고가 결코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쏟는 모든 정성과 사랑, 우리가 함께 나누는 시간과 눈물은 하느님께서 생명을 자라나게 하시는 거룩한 토양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벤자민의 삶은 바로 이 ‘하느님께서 자라게 하시는’ 생명의 신비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 현장이었습니다. 벤은 참으로 비범한 지성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14살이라는 나이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다루고, 복잡한 코딩의 세계를 탐험하며, 아빠와 함께 기술의 미래를 논하던 그 아이의 눈빛은 얼마나 빛났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벤의 진정한 성장은 그가 쏟아낸 코드의 양이나 수학적 성취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벤의 성장은 그 아이가 보여준 ‘다정한 마음의 결’에 있었습니다.
여러분, 벤이 보여주었던 그 순수한 마음을 기억해 보십시오. 자신이 가진 전부를 삼촌을 위해 내어놓으려 했던 그 마음, 그저 아빠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던 그 평온한 얼굴, 새들과 비행기를 보며 ‘콘 침(Con Chim) 항공사’라는 꿈을 꾸며 짓던 그 맑은 웃음. 그 모든 순간들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벤의 영혼 안에서 매일같이 키워오신 거룩한 생명의 열매들이었습니다. 벤은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누구보다 깊고 넓게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그 사랑을 가족들에게 아낌없이 쏟아부었습니다. 그것은 결코 멈춘 삶이 아니라, 하느님의 품 안에서 가장 온전하게 완성된 삶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그리고 타오 님.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벤의 빈자리가 거대한 바다처럼 깊게 느껴질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식탁에 마주 앉을 때, 문득 아이가 좋아하던 비행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밀려오는 그 그리움은 여러분이 벤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를 증명하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부디 그 슬픔의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벤에게 세상이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셨고, 벤은 그 사랑의 온기 안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들로 살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벤을 위해 흘린 모든 눈물을 알고 계십니다. 그 눈물은 헛되지 않습니다. 그 눈물은 지금도 하늘 나라에서 벤의 영혼을 감싸 안는 가장 따뜻한 기도가 되고 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간청을 들으시고 시몬의 장모를 일으켜 세우십니다. 그분은 병을 꾸짖으시고, 그 즉시 그녀는 일어나 그들을 시중듭니다. 이것은 단순한 치유의 기적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오시는 곳마다 죽음의 그림자가 물러가고, 생명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한다는 선언입니다. 벤은 지금 바로 그 예수님의 생명력 넘치는 품 안에 있습니다. 벤은 더 이상 지상의 제한된 시간 속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벤은 하느님의 영원한 빛 안에서,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켜볼게요”라고 말했던 그 맑은 목소리처럼, 벤은 지금도 여러분 곁에서 보이지 않는 천사의 날개로 여러분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동생 라이언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형이자, 함께 꿈을 나누던 최고의 친구였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웃음과 다정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네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그것이 형이 하늘에서 너에게 보내는 가장 큰 응원이란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벤자민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를 어떻게 자라게 하시는지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우리는 심고, 우리는 물을 줍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의 곁을 지키며, 서로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땅에서 해야 할 거룩한 임무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 모든 사랑의 결실을 영원한 생명으로 피어나게 하시는 분은 오직 하느님이십니다. 벤은 이제 그 생명의 완성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그 천상의 잔치에서 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오늘 하루를 벤이 우리에게 남겨준 그 다정한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오늘 성당 문을 나서며,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하나 제안합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1분만이라도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서로의 손을 잡고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보십시오. 그 고요한 침묵과 따뜻한 손길 속에 하느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콘 침 항공사’의 비행기처럼, 이제 너는 하느님의 품 안에서 가장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있구나. 너의 그 빛나는 지성과 따뜻한 영혼을 우리가 영원히 기억할게.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슬픔에 잠긴 아빠 엄마와 동생 라이언을 위해, 그리고 이 세상에서 아파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다오. 주님의 평화가 너와 함께, 그리고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여러분의 슬픔을 위로로 바꾸어 주시며, 여러분의 가정에 당신의 평화를 가득 채워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