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주님의 말씀이 우리 영혼의 등불이 되는 이 거룩한 시간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는 살면서 종종 ‘지혜’라는 것을 세상의 잣대로 재곤 합니다. 얼마나 많은 것을 아는지, 얼마나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지, 혹은 얼마나 남들보다 앞서나가는지를 보며 그것을 지혜라 부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아주 놀라운 제안을 합니다.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 어리석은 사람이 되십시오. 그래야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눈에는 미련해 보일지 몰라도, 하느님의 눈에는 가장 영롱하게 빛나는 지혜가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 저는 이 ‘하느님의 지혜’라는 화두를 가지고, 우리 곁에 머물렀던 다정한 소년 벤자민 보(Benjamin Vo)와,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사랑의 흔적을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벤은 참으로 비범한 아이였습니다. 4학년 때 이미 8학년 수학을 거뜬히 풀어내던 그 명석함, 14살의 나이에 클라우드 인프라와 AI의 세계를 탐구하며 아빠와 기술의 미래를 논하던 그 아이의 눈빛은 얼마나 빛났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벤의 진정한 지혜는 그가 다루던 복잡한 코드나 수학적 논리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벤의 지혜는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마음’에 있었습니다. 뇌졸중으로 고통받던 삼촌을 위해 자신의 전부였던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놓겠다고 말했던 그 마음, 그 순수한 제안이야말로 세상의 어떤 논리보다 더 깊고 거룩한 하느님의 지혜였습니다. 벤은 1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봉헌할 줄 아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그리고 타오 님. 벤이 떠난 지 두 달이 지나가는 지금,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거대한 파도 같은 그리움이 밀려오고 있을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식탁의 빈자리를 마주할 때마다, 혹은 문득 아이가 좋아하던 비행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저려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부디 그 슬픔의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십시오. “내가 더 잘했더라면”, “무언가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은 결코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시는 마음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보시고 “이 사람의 죄도 아니고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여러분은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이의 아픔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며, 여러분은 벤에게 세상이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벤은 그 사랑의 온기 안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들로 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호숫가에서 그물을 씻고 있던 시몬 베드로를 찾아가십니다. 밤새도록 애썼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한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고 말씀하십니다. 베드로는 인간적인 경험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지만,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치겠습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그 순종의 끝에서, 그들은 배가 잠길 정도로 엄청난 물고기를 잡게 됩니다. 이 기적은 단순히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는 사실에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자신의 경험을 내려놓고 순종할 때, 그곳에 하느님의 풍요로움이 임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벤은 바로 이 ‘깊은 데로 나아가는 지혜’를 가진 아이였습니다. 벤은 자신이 꿈꾸던 ‘콘 침(Con Chim) 항공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비행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그리고 더 높은 하느님의 품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은 순수한 열망이었습니다. 벤은 이제 그 열망을 다 이루었습니다. 벤은 지금 하느님의 품 안에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을 가장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켜볼게요”라고 말했던 그 맑은 목소리처럼, 벤은 지금도 여러분 곁에서 보이지 않는 천사의 날개로 여러분을 감싸 안고 있습니다.
동생 라이언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형이자, 함께 꿈을 나누던 최고의 친구였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웃음과 다정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네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그것이 형이 하늘에서 너에게 보내는 가장 큰 응원이란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권고를 기억합시다. “모든 것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내 것이라 착각하며 그것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도, 우리의 자녀도, 우리의 모든 시간도 결국 하느님께로부터 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거룩한 선물입니다. 벤은 그 선물 같은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이제 하느님께로 돌아가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있습니다.
오늘 성당 문을 나서며,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하나 제안합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1분만이라도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서로의 손을 잡고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보십시오. 그 고요한 침묵과 따뜻한 손길 속에 하느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너의 그 빛나는 지성과 따뜻한 영혼을 우리가 영원히 기억할게.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슬픔에 잠긴 아빠 엄마와 동생 라이언을 위해, 그리고 이 세상에서 아파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다오. 주님의 평화가 너와 함께, 그리고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여러분에게 비추시고 은혜를 베푸시기를 빕니다.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