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안식일의 회당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장소에 서 계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곳에는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성경은 그저 그가 손을 쓸 수 없었다고만 말하지 않습니다. 그가 그곳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 속에서 그 사람을 보셨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
이 장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예수님은 그를 숨겨진 구석이 아니라, 모두가 보는 '가운데'로 부르십니다. 왜일까요? 그는 그동안 자신의 아픔을, 자신의 굳어버린 손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애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를 그 자리에 세우십니다. 모두가 지켜보는 그 시선 앞에서, 그분은 그에게 가장 온전한 치유를 선물하고 싶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 마음속에 말 못 할 굳어버린 아픔을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벤자민을 먼저 떠나보내고, 그 빈자리의 차가움을 견디고 있는 알란 님과 타오 님, 그리고 동생 라이언의 마음은 오죽하겠습니까.
벤은 참으로 맑은 아이였습니다. 1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벤은 자신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열려 있는 손'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삼촌이 아플 때, 벤은 자신의 저금통을 통째로 내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저금통을 깨뜨리거나 비우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위해 기꺼이 내놓겠다는 그 마음의 제안 자체가 벤의 영혼이 얼마나 순수했는지를 증명합니다. 벤은 쥐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어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벤은 마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굳었던 손을 펴 보인 그 사람처럼, 자신의 생애 전체를 하느님 앞에 활짝 펴 보인 아이였습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벤이 떠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여러분은 지금도 아이의 빈 방을 지나칠 때마다, 혹은 문득 아이가 좋아했던 비행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하실 것입니다. 때로는 '내가 더 살폈더라면', '내가 무언가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도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주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예수님은 그 사람의 손을 고치시며 누구의 죄라고 묻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그저 그를 사랑하셨고, 그를 온전하게 하셨습니다. 벤의 아픔은 여러분의 탓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세상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을 주었습니다. 아이가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웃었던 그 순간들, 온 가족이 함께 비행기를 보러 다니며 나누었던 그 따뜻한 온기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모든 사랑은 지금도 벤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용서하십시오. 하느님은 여러분을 탓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분은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며, 벤이 여러분의 곁에서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벤은 비행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콘 침(Con Chim) 항공사'를 만들고 싶어 하며 아빠와 함께 비행기 기종을 나누던 그 아이의 눈빛을 기억합니다. 이제 벤은 그 비행기를 타고 가장 높은 하늘, 하느님의 품이라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벤은 지금도 그곳에서 여러분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 저는 괜찮아요"라고 말했던 그 맑은 목소리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훨씬 더 평화로운 곳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벤을 위해 했던 그 모든 기도와 정성은, 벤이 하늘나라에서 누리는 그 영원한 행복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동생 라이언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네가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어. 형은 네가 슬픔에 머물러 있기보다, 형과 함께 나누었던 그 즐거운 추억들을 떠올리며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기를 바라고 있단다. 형은 이제 네가 어디를 가든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줄 거야.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웃음을 잊지 마.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와 함께하고 있단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누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묵은 누룩은 버리고, 순결과 진실의 누룩으로 새롭게 되라고 말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슬픔의 묵은 누룩, 죄책감의 누룩을 오늘 이 자리에서 주님 앞에 내려놓읍시다. 벤이 보여주었던 그 순수한 사랑, 그 열린 마음을 우리 삶의 누룩으로 삼읍시다. 벤은 우리에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자신의 전부를 내어줄 수 있는지 그 짧은 삶을 통해 가르쳐주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 사랑을 이어갈 차례입니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닙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에게 생명수를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여러분이 흘리는 눈물은 헛되지 않습니다. 그 눈물은 벤을 향한 여러분의 가장 깊은 사랑의 고백이며, 그 사랑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 하느님의 끈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하나 제안합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웃음을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너의 그 빛나는 지성과 따뜻한 영혼을 우리가 영원히 기억할게.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슬픔에 잠긴 아빠 엄마와 동생 라이언을 위해, 그리고 이 세상에서 아파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다오. 주님의 평화가 너와 함께, 그리고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께서 여러분을 비추시어 은총을 베푸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