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십자가 아래에서 슬픔의 칼날을 견뎌내신 성모님의 위로가 우리 모두에게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십자가의 고통 앞에서 길을 잃을 때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슬픔의 무게에 눌려 희망을 잊을 때 저희를 일으켜 세우소서. 주님, 저희가 사랑하는 이들의 떠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할 때 평화를 주소서.
오늘 우리는 복음서의 가장 고요하고도 가장 아픈 장면 앞에 서 있습니다. 십자가 아래 서 계신 성모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당신의 어머니와 당신이 사랑하던 제자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십니다. '여인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제자에게는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이르십니다.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세상의 모든 상실을 껴안으시는 주님의 거대한 자비가 담겨 있습니다. 당신의 아픔을 뒤로하고, 남겨진 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도록 '가족'이라는 새로운 연대를 맺어주시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벤자민이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간 지 어느덧 석 달이 흘렀습니다. 십자가 아래 서 계신 성모님의 마음이 바로 여러분의 마음일 것입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가슴을 꿰뚫는 칼날, 그 아픔은 감히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성스러운 고통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은 그 고통의 자리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비통함 속에서도 서로를 바라보게 하셨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벤은 여러분의 삶에서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벤은 여러분이 서로의 손을 잡을 때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사랑의 대화 속에 숨 쉬고 있습니다.
벤은 참으로 다정한 아이였습니다. 비행기를 사랑하고, 아빠의 꾸며낸 이야기조차 세상에서 가장 귀한 진실처럼 경청하던 아이. 그 맑은 눈빛을 기억하십시오. 벤이 아빠의 40번째 생일에 느꼈던 그 깊은 사랑과 두려움은, 그 아이가 얼마나 일찍부터 사랑의 깊이를 깨달았던 영혼인지를 보여줍니다. 여러분, 아이가 남긴 그 다정함은 벤의 것이면서 동시에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셨던 선물입니다. 그 선물은 지금도 여러분의 가정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가끔은 밤이 깊어질수록 '내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죄책감이 여러분을 괴롭힐지도 모릅니다. 벤이 아팠던 것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의 죄도 아니고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자비의 빛을 기억하십시오. 질병은 부모의 소홀함이나 어떤 실수에 대한 벌이 아닙니다. 어떤 슬픔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찾아옵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세상이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숭고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벤이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밝혀준 가장 따뜻한 등불이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죄책감이라는 들보를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여러분은 충분히 사랑했고, 벤은 그 사랑 안에서 행복했습니다.
벤은 삼촌을 위해 자신의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아이였습니다. 그 마음은 벤이 하느님의 반석 위에 자신의 삶을 짓고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벤은 지금 하늘나라의 연회장에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을 가장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라고 말했던 그 맑은 목소리는, 벤이 지금 하느님 앞에서 얼마나 온전하고 자유로운지를 알려주는 희망의 증거입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사랑하는 여러분, 성모님께서 십자가 아래에서 견뎌내신 것은 절망이 아니라 '기다림'이었습니다. 아들의 죽음 너머에 있는 부활의 약속을 믿고 묵묵히 서 계셨던 것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그 기다림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 남모르게 베푸는 자비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여러분에게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웃음을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의 얼굴을 여러분에게 비추시고 은혜를 베푸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