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우리는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치 세상의 소음이 잦아든 고요한 새벽녘에 들려오는 듯한 깊은 울림을 마주합니다. '이 세상의 형체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 삶의 기반이 흔들릴 때, 우리가 그토록 붙들고 싶었던 것들이 모래성처럼 흩어질 때, 우리 영혼이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진실입니다. 우리는 때로 우리가 가진 것들, 우리가 계획한 미래,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할 시간들이 영원히 고정되어 있을 것이라 믿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라고 권고합니다. 이것은 감정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세상의 덧없음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실재, 곧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의 마음을 단단히 고정하라는 초대입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사랑하는 벤자민 보(Benjamin Vo)를 기억합니다. 벤은 15년이라는 짧지만 빛나는 시간 동안, 이 세상의 덧없음 너머에 있는 영원한 빛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아이였습니다. 벤은 마치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올라가 푸른 하늘을 마주하듯, 자신의 명석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의 복잡한 이치를 꿰뚫어 보면서도,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이라는 변치 않는 가치를 두었습니다. 벤이 아빠와 함께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며 나누었던 그 고요한 시간들, '콘 침(Con Chim) 항공사'를 꿈꾸며 천진난만하게 웃던 그 모습 속에는, 세상의 그 어떤 복잡한 코드나 기술보다 더 깊은 천상의 지혜가 담겨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벤이 떠난 지 두 달이 지나, 이제는 일상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문득문득 밀려오는 그리움에, 혹은 아이의 흔적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저려오는 것은 여러분이 그만큼 벤을 깊이 사랑했다는 증거입니다. 때로는 '내가 더 살폈더라면', '무언가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시겠지요. 하지만 오늘 주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예수님은 가난한 이, 우는 이, 박해받는 이들을 향해 '행복하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분의 행복은 세상의 조건이 아니라, 하느님의 품 안에 있다는 사실에서 옵니다. 벤은 여러분의 탓으로 아팠던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고통은 때로 아무런 이유 없이 찾아오며, 그것은 결코 부모의 부족함이나 아이의 잘못 때문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보시고 '이 사람의 죄도 아니고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하셨던 그 자비의 말씀을 여러분의 가슴에 새기십시오. 여러분은 벤에게 세상이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따뜻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지금도 벤을 감싸고 있습니다.
벤은 참으로 특별한 아이였습니다. 삼촌이 아플 때 자신의 전부인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했던 그 마음을 기억하십니까? 실제로 저금통을 깨뜨리거나 비우지 않았어도, 그 '내어줌의 의지' 자체가 이미 벤의 영혼이 얼마나 고결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벤은 쥐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벤은 지금 하늘나라의 연회에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을 가장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라고 말했던 그 맑은 목소리는, 벤이 지금 하느님의 품 안에서 얼마나 온전하고 평화로운지를 증명합니다.
동생 라이언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는 사람은 행복하다, 너희가 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약속하십니다. 이 약속은 미래의 어떤 보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슬픔을 겪고 있는 여러분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위로가 이미 스며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 남모르게 베푸는 자비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하나 제안합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웃음을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벤자민의 평화가 여러분의 가정에 영원히 머물기를 빕니다.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