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우리를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시는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오늘 우리는 벤자민 보(Benjamin Vo)를 기억하며,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돌보시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위로를 청합니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마음을 다해 함께하고 계신 알란 님과 타오 님, 그리고 벤의 든든한 동생 라이언과 모든 가족 여러분.
어느 조용한 오후, 공항 근처의 울타리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한 소년의 뒷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거대한 보잉 737기가 엔진 소리를 내며 활주로를 박차고 오를 때, 그 비행기의 궤적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반짝이는 눈으로 하늘을 쫓던 아이. 비행기가 구름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저 비행기는 어디로 가는지, 어떤 원리로 저 높은 곳을 나는지 궁금해하던 소년. 바로 우리 벤자민 보(Benjamin Vo)의 모습입니다.
벤은 비행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아빠와 함께 전 세계 도시를 여행하며 '에어포트 스포팅(Airport spotting)'을 즐기던 그 시간들은, 단순히 기계를 구경하는 시간이 아니라 아빠와 아들이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꿈을 공유하던 성소와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소년이 떠난 지 아홉 주가 되는 날을 맞이하며, 이제는 지상의 활주로가 아닌 천상의 푸른 풀밭에서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있을 벤을 기억합니다.
오늘 제1독서인 에제키엘 예언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아주 강력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양들을 돌보지 않고 자기 자신만 돌보던 목자들을 꾸짖으시며 이렇게 선언하십니다. “나 이제 직접 내 양 떼를 찾아보고 보살피겠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세상의 목자들은 때로 연약한 이를 강하게 해주지 못하고, 아픈 이를 고쳐주지 못하며, 상처 입은 이를 싸매 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인간의 한계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십니다. 당신께서 직접 목자가 되어 길 잃은 양을 찾아내고, 흩어진 양들을 불러 모으시겠다고 말입니다.
이 '목자'의 이미지는 오늘 화답송인 시편 23편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를 돋구어 주시네.”
우리는 벤자민의 삶을 생각할 때, 이 '푸른 풀밭'과 '잔잔한 물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벤은 비행기를 좋아했던 만큼이나, 그 비행기가 도달할 평화로운 목적지를 꿈꾸던 아이였습니다. 벤이 12살 때 아빠의 마흔 번째 생일에 눈물을 흘렸던 그 순수한 마음을 기억해 보십시오. 그것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 목자이신 아빠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 사랑의 풀밭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어린 양의 가장 진실한 고백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눈물을 보셨고, 이제는 벤을 그 어떤 슬픔도, 아픔도, 이별의 두려움도 없는 영원한 천상의 풀밭으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인 '포도밭 노동자의 비유'는 우리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어떤 응어리를 건드리는 듯합니다. 포도밭 주인은 이른 아침에 온 사람이나, 오후 다섯 시에 온 사람이나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줍니다. 인간적인 계산으로는 불공평해 보입니다. “이 마지막에 온 사람들은 한 시간만 일하였는데,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어쩌면 우리는 벤의 삶을 보며 이와 비슷한 마음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15년이라는 시간. 우리 벤은 이제 막 인생의 아침을 지나 정오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벤이 일한 시간은 너무나 짧아 보입니다. 아직 보여줄 재능이 너무 많았고, 아빠와 함께 가야 할 도시가 너무나 많았으며, 'Con Chim Airlines'라는 꿈을 펼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게 됩니다. “주님, 왜 이 아이에게는 더 긴 하루를 허락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이토록 일찍 불러가셨습니까?”
하지만 오늘 복음의 핵심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주인의 관대함'에 있습니다. 포도밭 주인에게 한 데나리온은 단순한 임금이 아니라, 그 노동자가 그날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생명의 선물'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논리는 우리가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벤자민은 비록 15년이라는, 우리 눈에는 짧아 보이는 시간을 살았지만, 그 시간 동안 벤이 보여준 사랑과 믿음의 밀도는 누구보다도 깊었습니다. 아픈 삼촌을 위해 자신의 저금통을 통째로 내놓으려 했던 그 마음, 아빠를 닮고 싶어 하며 AWS 환경을 공부하던 그 열정, 가족과 함께 성모님의 루르드 동굴 앞에서 기도하던 그 경건함… 벤은 이미 그 짧은 시간 안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사랑의 분량'을 가득 채웠습니다. 벤은 오후 다섯 시에 불려 온 노동자처럼 보일지 모르나, 주님께서는 그에게 이른 아침부터 일한 이들과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 빛나는 영광의 '한 데나리온'을 주셨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마지막에 온 이가 첫째가 된다는 말씀은, 벤처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 하느님의 품 안에서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약속입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과 타오 님.
지난 6월 25일의 꿈속에서 벤이 했던 말을 기억하시지요? “아빠,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 이제 숨도 잘 쉬어져요…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거죠?” 그리고 이내 벤은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엄마 아빠를 지켜봐 드릴게요.”
이 꿈은 단순히 그리움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목자이신 주님께서 벤을 통해 여러분에게 보내시는 위로의 전갈입니다. 벤은 이제 더 이상 숨 가쁜 투병의 현장에 있지 않습니다. 벤은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지상에서의 시험이 아니라, 사랑의 시험을 통과한 것입니다. 벤은 이제 천상의 공항에서 가장 높은 곳을 비행하며 여러분의 삶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때때로 부모로서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은 아닐까', '내가 더 잘 보살폈더라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무거운 자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포도밭 주인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의 삶의 시간을 주관하시는 분이십니다. 질병이나 고통은 결코 부모의 잘못도,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생 소경을 보시고 “저 사람의 죄도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주셨고, 벤은 그 사랑을 가득 품고 하느님께로 향했습니다. 그러니 그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는 내려놓으십시오. 주님께서는 여러분의 헌신을 알고 계시고, 벤 역시 그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은 이제 베트남 까마우의 맑은 우물물처럼,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푸른 하늘처럼 우리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지어진 그 우물에서 물을 긷는 사람들은 벤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그 시원한 생명력을 느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벤이 세상에 남긴 유산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사랑, 누구에게나 생명을 주는 맑은 마음 말입니다.
라이언, 너의 형 벤은 이제 네 곁에서 보이지 않는 천사가 되어 너를 응원하고 있단다. 형이 못다 한 꿈들, 형이 좋아했던 그 열정들을 네가 가슴에 품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이 형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란다. 엄마와 아빠가 슬퍼하실 때, 네가 벤 형의 미소를 대신 보여주렴. 너희 형제는 영원히 연결되어 있단다.
오늘 미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시기 바랍니다. 구름 사이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게 된다면, 혹은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자유롭게 날아가는 것을 본다면, 그것이 벤이 보내는 안부라고 믿으십시오. “나 이제 잘 있어요, 아빠 엄마. 여기서 다 보고 있어요.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벤의 목소리를 마음으로 들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오늘 한 데나리온의 은총을 벤과 함께 나눕니다. 그것은 영원한 생명이라는 선물입니다. 벤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있는 그 천상의 잔칫상에서, 우리도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희망하며 오늘을 살아갑시다.
주님은 우리의 목자이시기에, 우리 벤자민에게도, 남겨진 우리에게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결국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벤자민, 이제는 아픔 없는 하늘에서 마음껏 날아오르렴. 성 칼로 아쿠티스와 함께 천상의 도서관에서 네가 좋아하던 공학의 신비를 마음껏 탐구하렴.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너의 그 환한 미소를 하느님 곁에서 잃지 말아다오.
주님의 평화가 벤과 여러분 모두와 항상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멘.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우리의 착한 목자이신 주님, 벤자민을 당신의 영원한 빛으로 인도하시고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견고한 희망을 주소서. 전능하신 하느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저희 모두에게 강복하소서.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