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우리를 하늘의 찬란한 빛으로 부르시는 주님의 은총이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오늘 이 기도의 자리에 마음을 다해 머물고 계신 알란 님과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오늘 우리는 사도 성 바르톨로메오의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들려오는 성경의 말씀들은 온통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요한 묵시록에서는 천사가 예언자를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하느님으로부터 내려오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을 ‘보여줍니다’. 복음에서는 필립보가 나타나엘에게 “와서 보시오”라고 초대하고,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을 향해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장엄한 약속으로 끝을 맺습니다.
오늘 저는 이 ‘본다’는 것, 그리고 ‘보여주신다’는 이 신비로운 단어를 우리 마음의 중심에 두고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1독서가 묘사하는 하늘 나라의 도성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곳은 수정처럼 맑고, 보석처럼 빛나는 곳입니다. 성벽에는 열두 사도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동서남북으로 열린 문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이 도성은 단순히 죽어서 가는 장소가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이 온전히 드러나는 ‘관계’의 완성입니다. 그곳에는 어둠이 없고, 가려진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이 투명하게 빛납니다.
우리는 이 지상에서 살아가며 많은 것을 보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놓치고 삽니다. 우리 눈은 육체적인 한계에 갇혀 있고, 때로는 슬픔의 눈물 때문에 앞이 흐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독서는 우리에게 약속합니다. 언젠가 우리는 그 찬란한 도성을, 그 투명한 진리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보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 벤자민 보(Benjamin Vo)는 바로 이 ‘보는 은사’를 가졌던 아이였습니다. 벤은 세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의 맑은 눈은 복잡한 숫자의 배열 속에서 질서를 보았고, 컴퓨터 코드의 논리 속에서 미래를 보았습니다. 초등학생 때 이미 중학교 수학을 풀고, 열네 살에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탐구하던 벤의 지성은 단순히 ‘똑똑함’을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심어놓으신 지혜의 법칙을 발견하고자 했던 순수한 호기심이었습니다.
벤은 비행기를 유난히 좋아했습니다. 보잉 737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는 그 찰나의 순간을 아빠와 함께 지켜보며, 벤은 무엇을 보았을까요? 아마도 중력을 이겨내고 하늘로 향하는 그 자유로움, 그리고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더 넓은 세상을 꿈꿨을 것입니다. ‘Con Chim Airlines’라는 귀여운 이름을 짓고 낄낄거리며 웃던 벤의 마음속에는, 이 지상의 제약을 벗어나 하느님이 만드신 광활한 우주를 마음껏 유영하고 싶어 했던 영혼의 갈망이 담겨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을 보시며 말씀하십니다.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에게는 거짓이 없다.”
이 말씀은 우리 벤자민에게도 꼭 맞는 말씀입니다. 벤은 참으로 맑은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의 지성은 날카로웠지만, 그 마음은 한없이 부드러웠습니다. 부모님께 늘 공손하고, 동생 라이언에게는 든든한 형이었던 벤. 누군가를 속이거나 자신을 과시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수학과 기술, 그리고 가족과의 여행을 순수하게 즐길 줄 알았던 아이였습니다.
나타나엘이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예수님은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고 하십니다. 무화과나무 아래는 유다인들에게 기도하고 묵상하는 은밀한 장소였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하느님을 찾던 나타나엘의 진심을 예수님은 이미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벤의 그 은밀하고 아름다운 마음도 다 보고 계셨습니다. 열두 살 소년이 아빠의 마흔 번째 생일에 아빠를 잃을까 봐 미리 걱정하며 흘렸던 그 깊은 사랑의 눈물을 주님은 보셨습니다. 아픈 삼촌을 위해 자신의 저금통을 통째로 내놓겠다고 제안하던 그 기특한 마음을 주님은 보셨습니다. 비록 그 저금통을 깨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벤은 이미 하늘 나라의 보물을 쌓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벤이 병실에서 견뎌냈던 그 고요한 인내와, 가족을 향해 지어 보였던 마지막 미소까지도 하나하나 다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과 타오 님.
벤이 떠난 지 이제 두 달이 되었습니다. 6월 13일, 그 청천벽력 같았던 날로부터 오늘까지 시간은 멈춘 듯 흐르고 있습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은 슬픔이 잦아들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입니다. 오히려 처음의 충격이 지나가고, 아이의 빈자리가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더 날카롭게 느껴지는 시기일 것입니다. 벤이 쓰던 컴퓨터 앞에 앉을 때, 아이가 좋아하던 스시를 먹을 때, 혹은 공항 근처를 지나며 비행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을 파고드는 그 통증을 제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때로는 하느님께 묻고 싶으실 것입니다. “왜 우리 벤이었습니까? 왜 그렇게 똑똑하고 착한 아이를 이토록 일찍 데려가셨습니까?” 그리고 그 질문은 이내 화살이 되어 자신을 향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무언가를 놓친 것은 아닐까? 내가 더 잘 돌봤더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오늘 저는 주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의 마음에서 그 무거운 돌덩이를 치워드리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태생 소경을 보시고 제자들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람의 죄도 아니고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
병마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벤이 무언가를 잘못해서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인간의 지혜로는 다 이해할 수 없는 신비와 아픔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분은 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벤은 아빠와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보았고,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사랑을 배웠습니다. 벤은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 온 마음으로 느끼며 살았습니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를 탓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분이지, 여러분을 정죄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벤 또한 지금 하늘에서 아빠 엄마가 죄책감 없이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을 다시 봅니다. “너는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벤은 이제 그 ‘더 큰 일’을 보고 있습니다. 지상의 보잉 737기가 아니라, 천사들의 날개를 타고 하늘과 땅을 잇는 영원한 빛의 길을 보고 있습니다. 벤이 꿈꾸던 ‘Con Chim Airlines’는 이제 지상의 사업이 아니라, 하늘 나라의 평화를 실어 나르는 기도가 되었습니다.
Benjamin Vo, 우리 벤은 이제 요한 묵시록이 말하는 그 빛나는 도성의 시민이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더 이상 항암 치료의 고통도 없고, 숨 가쁜 투병의 시간도 없습니다. 벤은 성 칼로 아쿠티스와 함께 천상의 도서관에서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의 문은 동서남북으로 열려 있습니다. 벤은 그 열린 문을 통해 여러분의 기도를 듣고, 여러분의 눈물을 보고, 여러분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은 이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의 수호천사가 되었단다. 네가 공부할 때, 네가 운동할 때, 형은 네 곁에서 “라이언, 힘내! 너는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하고 있을 거야. 형이 남겨준 그 맑고 정직한 마음을 네가 이어받아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형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란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이 기도를 함께하는 모든 분.
우리는 오늘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를 기억하며, 우리도 나타나엘처럼 주님 앞에 투명하게 서기를 청합시다. 슬프면 슬픈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주님 앞에 나아갑시다. 주님은 이미 우리를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보고 계십니다. 우리의 고통을 알고 계시고, 우리의 사랑을 알고 계십니다.
오늘 성당 문을 나서며,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작은 실천 하나를 제안합니다. 오늘 하루,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십시오. 벤이 그토록 좋아했던 그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 삶의 지평선 너머에 하느님이 예비하신 찬란한 도성이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곁에 있는 가족의 손을 한 번 더 꼭 잡아주십시오.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마십시오. 그것이 바로 하늘 문을 여는 열쇠이며, 벤이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벤자민, 이제는 아픔 없는 그곳에서 네가 좋아하는 숫자의 세계와 푸른 하늘을 마음껏 누리렴. 네가 아빠에게 보냈던 마지막 메시지처럼, 너는 우리에게 최고의 아들이었고, 최고의 형이었단다. 우리가 다시 만나 그 찬란한 도성에서 함께 웃을 때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벤자민 보와 그의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와 항상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멘.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우리를 축복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며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