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자비보다 슬픔을 더 크게 여겼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당신의 빛보다 어둠에 머물렀음을 고백합니다.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당신의 약속보다 고통을 더 깊이 묵상했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우리에게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고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둠 속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모습,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즉시 응답할 준비가 된 그 긴장된 기다림은, 사실 우리 삶의 가장 깊은 본질을 꿰뚫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기다립니다. 어떤 이는 내일의 희망을, 어떤 이는 고통의 끝을, 또 어떤 이는 너무나 그리운 이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벤자민 보, 우리 벤이 떠난 지 넉 달이 지난 지금, 여전히 닫히지 않은 채 기다림의 문을 지키고 있는 그리움이 있을 것입니다.
벤은 참으로 맑은 아이였습니다. 벤을 떠올리면 저는 그 아이가 아빠와 함께 공항에서 거대한 항공기들을 바라보며 나누었던 그 고요한 대화들이 생각납니다. 벤은 그저 비행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아니었습니다. 벤은 자신이 직접 만든 가상의 회사 ‘콘 짐 에어라인’을 이야기할 때면, 마치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 자신의 손안에 있는 것처럼 환하게 웃곤 했습니다. 벤의 그 웃음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으신 이 넓은 세상을 향한 순수한 경외심이었습니다. 벤은 아빠의 목소리를 사랑했고,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세상의 원리를 배우며, 그 누구보다 깊은 사랑의 항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오늘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서에서 우리에게 놀라운 선언을 합니다. “이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멀리 있던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졌습니다.” 우리는 한때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방황하던 이들이었지만, 이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 식구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벤은 지금 바로 그 하느님의 식구들 틈에서,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그 평화의 나라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그 ‘주인의 돌아옴’은, 사실 벤이 이미 도착해 있는 그 영원한 잔치로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초대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무게는 때로 너무나 무겁습니다.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벤이 없는 빈자리는 때로 감당하기 힘든 파도처럼 여러분의 일상을 덮쳐올 것입니다. 문득 벤이 즐겨 입던 옷을 보거나, 함께 여행했던 사진들을 마주할 때, 혹은 벤이 좋아하던 그 비행기 소리를 들을 때, 마음 한구석에서 솟구치는 자책의 목소리를 들으실지도 모릅니다. ‘내가 더 잘했더라면’, ‘그때 내가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그 서글픈 질문들 말입니다. 여러분, 오늘 주님은 그 질문들을 거두라고 말씀하십니다. 질병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벤의 아픔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며, 여러분이 쏟았던 그 극진한 사랑과 정성 외에는 그 어떤 다른 이유도 없습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의 눈물과 기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고 계십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던 그 기억을 떠올리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의 품 안에서 모든 고통과 얽매임을 벗어던지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하늘보다 훨씬 더 찬란한 영원한 빛 속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제 스스로를 향한 가혹한 질책을 주님의 십자가 아래 내려놓으십시오.
벤은 참으로 지혜로운 아이였습니다. 삼촌의 아픔을 듣고 자신의 소중한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마음을 기억하십니까? 벤은 실제로 저금통을 깨거나 건네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그 마음의 고백 하나가 중요합니다. 나 혼자 살겠다고 곳간을 늘리는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이의 아픔과 바꾸고 싶어 했던 그 순수한 제공의 마음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보화가 아니었을까요? 벤은 이미 그 짧은 삶 안에서, 율법의 멍에가 아닌 사랑의 자유를 온전히 살고 있었습니다. 벤의 그 마음은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벤의 이름으로 세워지는 우물물처럼,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을 기억하니? 형이 너와 함께 장난을 치고, 여행지에서 나란히 발걸음을 맞추던 그 모든 시간은 너의 마음에 심어진 소중한 사랑의 씨앗이야.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웃으며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천국에서 흐뭇하게 미소 지을 거야.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당당하게 바라보렴. 형은 네가 아빠와 나누는 그 다정한 대화 속에, 네가 짓는 그 미소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콘 짐 에어라인’처럼, 이제는 네가 삶이라는 더 큰 하늘을 향해 비행기를 띄우렴. 형은 언제나 너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줄 거야.
알란 님, 타오 님.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닙니다. 벤이 여러분의 삶에 남긴 그 따뜻한 온기와 사랑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밤, 벤이 좋아하던 비행기 사진이나 환하게 웃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고요한 침묵 속에서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상처 입은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줄 것입니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품었던 그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굳건히 살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다오.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모든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