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위로가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자비보다 슬픔을 더 크게 보았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당신의 빛보다 어둠에 머물렀음을 용서하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당신의 약속보다 눈물을 더 의지했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는 오늘 바오로 사도가 안티오키아에서 베드로를 마주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마주합니다. 바오로가 베드로에게 “당신은 유다인이면서도 유다인처럼 살지 않고 이민족처럼 살면서, 어떻게 이민족들에게 유다인처럼 살라고 강요할 수 있습니까?”라고 따져 묻는 이 장면은, 겉으로 보기에는 교리적인 논쟁 같지만 그 이면에는 ‘진실함’이라는 거대한 주제가 흐르고 있습니다. 바오로는 복음의 진리에서 벗어난 위선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 앞에서 정직하기를 원했습니다. 이 ‘정직함’은 오늘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세상의 시선 때문에, 혹은 두려움 때문에 우리의 참된 모습을 숨기고 위선적인 가면을 쓰곤 합니까?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우리 벤자민 보가 주님 품으로 돌아간 지 어느덧 석 달이 흘렀습니다. 벤의 삶을 떠올려 볼 때, 저는 그 아이가 가진 ‘투명한 정직함’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벤은 세상의 복잡한 논리나 어른들의 위선과는 거리가 먼, 그저 순수한 영혼 그 자체였습니다. 아빠와 함께 비행기를 보러 다니며 ‘콘 짐 에어라인’을 꿈꾸던 그 아이의 눈빛을 기억하십니까? 그 눈빛에는 어떤 계산도, 어떤 가식도 없었습니다.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늘을 날고 싶다는 그 순수한 열망만이 가득했습니다. 벤은 아빠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치 세상의 모든 보물을 발견한 듯 온전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벤은 아빠의 사랑을 먹고 자랐고, 그 사랑 안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했습니다.
여러분, 지금 마음속에 벤을 향한 그리움과 함께, 혹시 ‘내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자책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습니까? 벤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혹시라도 놓친 것이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바오로 사도가 복음의 진리를 위해 당당히 맞섰던 것처럼, 이제는 여러분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죄책감과 맞서 싸우십시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의 죄도,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자비의 빛을 기억하십시오. 질병은 벌이 아니며, 여러분의 잘못은 더더욱 아닙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숭고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벤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이었고, 벤은 그 사랑 안에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슬픔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예고 없이 찾아오며, 여러분은 그 모든 과정에서 벤의 가장 든든한 등불이 되어주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무거운 돌을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께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청합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아버지’라고 부르며 시작하는 기도를 알려주십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이 기도는 우리가 처한 모든 상황 속에서도 결국 우리가 의지할 분은 하느님뿐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벤은 생전에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 이 기도의 의미를 삶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삼촌이 두 번의 뇌졸중으로 고통받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벤은 자신의 전부였던 돼지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는 자신이 가진 것을 쥐고 있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손을 펴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기도의 본질, 즉 ‘나의 것을 내어주는 사랑’과 맞닿아 있습니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통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 남모르게 베푸는 자비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벤의 삶은 헛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빛 안에서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라고 말하며, 맑고 건강한 모습으로 서 있던 그 벤의 모습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 나라의 연회장에서, 여러분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형은 네가 아빠와 함께 나누는 그 고요한 이야기들 속에, 그리고 네가 짓는 그 환한 미소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여러분에게 비추시고 은혜를 베푸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