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잔치에 합당한 예복을 입지 못했음을 고백하나이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세상의 일에 마음을 빼앗겨 당신의 부르심을 외면했음을 용서하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의 굳은 마음을 녹여주시고 당신의 사랑 안에 다시 불러주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우리는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거대한 잔치 앞에 서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에게 ‘기름진 음식과 잘 익은 술’이 가득한 산 위에서의 잔치를 약속합니다. 그곳은 죽음이 영원히 사라지고, 모든 얼굴에서 눈물이 닦이는 곳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식탁을 차리시고, 당신의 풍요로움으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들려주시는 잔치의 비유는 우리에게 낯선 긴장감을 안겨줍니다. 왕의 초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밭으로, 각자의 장사로 떠나버립니다. 그들에게는 왕의 기쁨보다 자신의 일상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잔치에 들어온 이들 중에는, 예복을 입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왕이 그에게 묻습니다. ‘친구여, 그대는 어떻게 예복도 입지 않고 여기 들어왔소?’
이 예복은 무엇일까요? 단순한 겉옷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마음의 태도, 곧 하느님의 사랑을 입고 그 사랑을 살아내는 삶의 자세를 의미합니다. 우리 벤자민 보, 우리 벤은 이 예복을 참으로 아름답게 입었던 소년이었습니다. 벤은 열다섯 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주님께서 주신 생명의 선물을 온전히 누리고, 그 사랑을 자신의 주변에 나누어주었습니다. 벤의 마음은 마치 깨끗한 도화지 같았습니다. 아빠와 함께 비행기를 보러 다니며 ‘콘 짐 에어라인’을 꿈꾸던 그 순수한 열망, 삼촌의 아픔을 듣고 자신의 소중한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따뜻한 마음. 벤은 결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잔치를 외면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주님께서 마련하신 사랑의 잔치에 가장 먼저 달려갈 준비가 된, 순수한 영혼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벤이 떠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 잔치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때로는 벤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하느님의 잔치가 그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왜 벤은 더 오래 머물지 못했는가’, ‘왜 주님은 우리에게 이런 아픔을 주셨는가’ 하는 질문들이 밤마다 여러분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비밀을 하나 알려줍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나는 배부르든 배고프든, 풍족하든 궁핍하든 어떠한 경우에도 적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 고백은 오늘 여러분에게 드리는 주님의 위로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비천함과 궁핍함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벤이 없는 일상은 마치 예복을 잃어버린 것 같은 허전함과 고통을 동반합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이 벤을 사랑했던 그 모든 순간, 벤과 함께 웃고 울었던 그 모든 기억은 여러분이 입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예복입니다. 벤은 여러분의 사랑 안에서 자라났고, 그 사랑을 먹으며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벤에게 쏟았던 그 지극한 정성과 사랑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질병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며, 그 어떤 소홀함도 없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의 그 아픈 눈물을 닦아주시는 분이십니다. 여러분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짊어지고 있는 그 무거운 죄책감의 돌을, 오늘 이 잔치의 식탁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의 아픔을 아시고, 그 아픔까지도 당신의 잔치에 초대하고 계십니다.
벤은 이제 하느님 나라의 연회장에서, 여러분이 꿈꾸던 그 ‘콘 짐 에어라인’을 타고 주님의 품을 자유롭게 누리고 있습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던 벤의 그 모습은, 사실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보내주신 작은 초대장이었습니다. 벤은 지금도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다시 일어서서, 라이언과 함께 서로의 손을 잡고, 다시 웃음을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벤의 사랑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삶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행하는 작은 선행과 자비는 벤의 사랑이 여전히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형은 네가 아빠와 함께 나누는 그 고요한 이야기들 속에, 그리고 네가 짓는 그 환한 미소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여러분에게 비추시고 은혜를 베푸시기를 빕니다.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