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우리는 갈라디아서의 바오로 사도가 들려주는 ‘자유’의 신비 앞에 서 있습니다. 사도는 아브라함의 두 아들, 하가르와 사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진리를 일깨워줍니다. 한 사람은 종의 몸에서 태어났고, 한 사람은 약속의 자녀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사도는 단호하게 선포합니다. “우리는 종의 자녀가 아니라, 자유로운 여자의 자녀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이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이 ‘자유’라는 단어를 묵상하며, 저는 우리 벤자민 보, 우리 벤의 맑은 눈을 떠올립니다. 벤은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 1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벤은 세상의 좁은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이 꿈꾸는 넓은 하늘을 향해 마음껏 날아올랐던 아이였습니다. 아빠와 함께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며 ‘콘 짐 에어라인’을 꿈꾸던 그 소년의 마음속에는, 그 어떤 두려움도, 그 어떤 얽매임도 없었습니다. 벤은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 아빠의 이야기, 비행기의 엔진 소리, 그리고 가족과 함께 나누는 일상의 소박한 기쁨들 속에서 참된 자유를 누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에게 아주 따끔한 말씀을 던지십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 밖에는 아무런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꾸만 눈에 보이는 기적, 자신의 기대에 딱 맞는 증거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요나의 표징’을 말씀하십니다. 요나가 사흘 동안 물고기 뱃속에 머물렀다 다시 살아나와 니네베에 회개를 선포했듯, 예수님은 죽음을 뚫고 부활하시는 당신 자신을 표징으로 제시하십니다. 진정한 자유는 눈앞의 기적이 아니라, 죽음조차 가로막지 못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는 데서 옵니다.
벤을 떠나보낸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알란 님과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아마도 수많은 ‘표징’을 향한 갈망이 있을 것입니다. ‘왜 벤이 더 오래 머물지 못했는가’,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는가’ 하는 그 아픈 질문들이 밤낮으로 여러분을 괴롭힐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벤의 흔적 하나하나가 여러분을 묶어두는 멍에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종살이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주님 안에서 가장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벤은 더 이상 아픔도, 한계도 없는 하늘의 시민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찌르는 그 죄책감의 돌을 이제는 내려놓으십시오. ‘내가 더 잘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은 여러분을 종살이로 이끄는 헛된 멍에일 뿐입니다. 질병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며, 그 어떤 소홀함도 없었습니다. 벤을 향한 여러분의 사랑은 그 자체로 완벽했습니다. 벤은 아빠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던 그 고요한 순간들 속에서, 엄마의 따뜻한 손길 속에서, 이미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충분히 배웠습니다. 벤은 여러분의 사랑이라는 튼튼한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았습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여러분의 그 아픈 마음을 다 알고 계시며, 그 아픔까지도 당신의 품 안에 온전히 안고 계십니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통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벤이 삼촌의 아픔을 듣고 자신의 소중한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마음, 그 순수한 자비의 씨앗은 지금도 여러분의 삶 속에서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행하는 작은 선행과 자비는 벤의 사랑이 여전히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형은 네가 아빠와 함께 나누는 그 고요한 이야기들 속에, 그리고 네가 짓는 그 환한 미소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알란 님, 타오 님. 아빠가 꿈에서 보았던, 벤이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던 그 장면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 나라의 연회장에서, 여러분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