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말씀을 온전히 듣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당신의 뜻을 실천하기보다 세상의 근심에 얽매였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자녀답게 살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는 오늘, 예수님께서 군중의 소란함 속에서 들려주시는 아주 짧고도 강렬한 가르침 앞에 서 있습니다. 한 여인이 예수님을 향해 “선생님을 밴 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라고 외칩니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도 본능적인 찬사입니다. 어머니의 사랑, 생명을 품고 길러낸 그 거룩한 수고를 향한 찬양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찬사를 부정하지 않으시면서도, 더 깊은 차원으로 우리의 시선을 돌리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이 말씀을 곰곰이 묵상해 봅니다. 예수님은 지금 혈연이라는 끈을 넘어, ‘말씀을 듣고 지키는 것’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관계를 선포하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벤자민 보, 우리 벤은 바로 이 ‘말씀을 듣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그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했던 아이.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그 시간은, 마치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던 그 고요하고도 거룩한 시간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벤은 아빠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의 질서를, 그리고 사랑의 법을 배웠습니다. 그 아이에게 아빠의 이야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신뢰와 사랑의 언어였습니다.
벤은 참으로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벤이 꿈꾸던 ‘콘 짐 에어라인(Con Chim Airlines)’을 기억하십니까? 그 이름 속에는 비행기를 향한 열정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더 넓은 하늘을 날고 싶어 했던 아이의 순수한 꿈이 담겨 있었습니다. 벤은 1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에게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가르쳐주었습니다. 삼촌의 아픔을 듣고 자신의 전부였던 돼지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마음은, 비록 실제로 저금통을 깨뜨리지 않았더라도, 하느님 보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제물이었습니다. 벤은 이미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삶의 본질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지금 이 시간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스로를 찌르는 가시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내가 더 잘했더라면’, ‘그때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그 무거운 자책 말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갈라디아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와 하나 되려고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라고 선포합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며, 여러분의 소홀함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질병은 벌이 아니며, 여러분의 잘못은 더더욱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의 죄도,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하셨던 그 자비의 빛을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은 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숭고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벤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이었고, 벤은 그 사랑 안에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죄책감의 돌을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슬픔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예고 없이 찾아오며, 여러분은 그 모든 과정에서 벤의 가장 든든한 등불이 되어주었습니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통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 남모르게 베푸는 자비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벤의 삶은 헛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빛 안에서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형은 네가 아빠와 함께 나누는 그 고요한 이야기들 속에, 그리고 네가 짓는 그 환한 미소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알란 님, 타오 님. 아빠가 꿈에서 보았던, 벤이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던 그 장면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 나라의 연회장에서, 여러분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주님은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여러분에게 비추시고 은혜를 베푸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