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우리 모두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자비하심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당신의 뜻을 인간의 잣대로 재단했음을 용서하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슬픔 속에서 당신의 빛을 보지 못했음을 용서하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낯설고도 당혹스러운 포도밭 주인을 만납니다. 이른 아침부터 일한 사람과 해 질 녘에야 겨우 한 시간 일한 사람에게 똑같은 품삯을 주는 주인. 세상의 계산법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처사를 보며, 우리는 본능적으로 불평하는 첫 번째 일꾼들에게 마음이 갑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땀을 흘렸는데, 저들은 고작 한 시간이라니요.' 이 억울함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가장 아픈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왜 어떤 이의 시간은 이토록 짧고, 어떤 이의 시간은 이토록 긴가?'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벤자민이 하느님 품으로 돌아간 지 어느덧 석 달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지금도 벤의 15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져, 세상의 불공평함을 향한 원망과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의 길은 나의 길과 같지 않다.' 하느님의 계산법은 우리가 가진 시간의 양이 아니라, 그 시간을 채운 사랑의 깊이를 보시는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은 참으로 빛나는 아이였습니다. 벤이 비행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여러분은 잘 아실 겁니다. 특히 보잉 737을 향한 그 열정, 공항에서 비행기를 보며 아빠와 나누던 그 고요하고도 충만한 시간들. 벤은 단순히 기계를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벤은 아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빠와 함께 세상을 탐험하며, 그 모든 순간을 자신의 영혼에 새겨 넣는 법을 알던 아이였습니다. 벤의 삶은 짧았지만, 그 15년은 마치 잘 익은 곡식처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벤이 삼촌의 아픔을 듣고 자신의 어린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마음을 기억하십시오. 실제로 그 저금통을 깨뜨리지는 않았지만, 그 '내어줌'의 의지는 벤의 영혼이 얼마나 풍요로운 좋은 땅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벤은 이미 그 마음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열매를 맺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밤마다 벤을 그리워하며 '내가 더 잘했더라면' 하고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이 드십니까? 벤이 아팠던 것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의 죄도 아니고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자비의 빛을 기억하십시오. 질병은 부모의 소홀함이나 어떤 실수에 대한 벌이 아닙니다. 어떤 슬픔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세상이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숭고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벤이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밝혀준 가장 따뜻한 등불이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죄책감이라는 들보를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여러분은 충분히 사랑했고, 벤은 그 사랑 안에서 행복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 신자들에게 고백합니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 바오로는 죽음조차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길로 보았습니다. 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라고 말하며, 맑고 건강한 모습으로 서 있던 그 벤의 모습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 앞에서 그 누구보다 온전하고 자유롭습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벤이 꿈꾸던 '콘 침 에어라인(Con Chim Airlines)'의 그 자유로운 비행처럼, 벤은 이제 하느님의 영원한 하늘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였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사랑하는 여러분,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 남모르게 베푸는 자비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통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포도밭 주인이 마지막에 온 이에게도 똑같은 품삯을 준 것은, 그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의 마음이 그만큼 넉넉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아십니다. 그리고 벤이 여러분에게 준 그 사랑의 품삯을, 여러분의 남은 생애 동안 위로와 평화라는 이름으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웃음을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의 강복이 여러분을 지켜주시고, 벤자민과 함께 영원한 안식으로 인도하시기를 빕니다.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