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늘 모든 성인의 대축일을 맞아 주님의 전전에 모인 여러분을 환영하며, 하느님 아버지의 따뜻한 평화가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오늘 우리는 거룩한 성인의 대축일을 맞아, 세상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하느님의 보좌 앞에서 희고 긴 옷을 입고 손에는 야자나무 가지를 든 거대한 무리를 바라봅니다. 요한묵시록은 그들을 가리켜 '큰 환난을 겪어낸 사람들, 어린양의 피로 그 옷을 희게 씻은 사람들'이라고 증언합니다. 세상은 힘 있는 자들의 이름과 커다란 성취만을 기억하지만, 하늘의 기록책은 전혀 다른 이들의 이름을 새겨둡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 상처 입은 가슴을 안고도 묵묵히 걸어간 이들, 그리고 너무나 일찍 세상의 길을 마감했으나 그 존재 자체로 온 가족의 빛이 되었던 영혼들이 바로 그 백성들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벤자민 보, 우리 벤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벤은 참으로 세상을 향해 맑고 깊은 호기심을 품었던 소년이었습니다. 벤은 비행기와 하늘을 사랑했고, 아빠와 함께 공항 유리창 너머로 거대한 항공기들이 가벼운 몸짓으로 하늘을 박차고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세상에 띄우고 싶어 했던 가상의 항공사 '콘 짐 에어라인' 이야기를 아빠에게 들려주던 그 아이의 미소 속에는, 세상의 좁은 경계를 넘어 하느님께서 지어놓으신 광활한 무대를 향해 날아가고 싶은 순수한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벤은 짧은 생애 동안 이미 이 세상의 지평보다 훨씬 더 넓은 영원의 하늘을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오늘 이 축제의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의 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벤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이제 넉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형의 빈자리를 지키며 의젓하게 곁을 지키는 라이언. 여러분이 마주하는 일상은 여전히 너무나 무겁고 고요합니다. 문득 밤이 깊어 사방이 잠잠해질 때면, 가슴 깊은 곳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지 않습니까? 벤이 웃으며 장난치던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가도, 이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방 안에서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할 것입니다. 특히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그때 조금만 더 살폈더라면', '혹시 내가 놓친 징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 서글픈 자책의 돌덩이가 어깨를 짓누르곤 합니다.
오늘 주님은 바로 그 무거운 자책의 돌을 여러분의 가슴에서 조용히 들어내십니다. 알란 님, 타오 님,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떤 질병도 부모의 탓이 아니며, 여러분의 사랑이 부족해서 혹은 손길이 모자라서 생긴 일이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픔을 함께 겪으시며 가장 가까이에서 눈물 흘리시는 분이 바로 주님이십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환하게 웃으며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전했던 그 온화한 평화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모든 시험을 마치고, 이제 하늘의 연회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질책을 이제 주님의 자비로운 손길 아래 온전히 내려놓으십시오.
벤은 참으로 마음이 고운 소년이었습니다. 벤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타인을 향한 맑은 순수함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기억 하나가 있습니다. 삼촌이 큰 건강의 어려움을 겪고 계실 때, 벤은 열다섯 어린 나이에 자신의 전부였던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저금통을 깨거나 건네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그 순간 벤은 자기 자신보다 아픈 가족의 고통을 먼저 헤아리는 성숙한 영혼을 보여주었습니다. 나 혼자 살겠다고 곳간을 채우는 세상의 계산법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이의 아픔과 바꾸고 싶어 했던 그 순수한 제공의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오늘 복음이 말하는 '마음이 깨끗한 이'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벤은 이미 그 짧은 삶 안에서, 하느님의 나라가 어떤 이들의 것인지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을 기억하니? 벤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사랑했단다. 여행지에서 나란히 발걸음을 맞추고, 햇살 아래서 환하게 웃던 그 모든 순간들은 네 안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어.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씩씩하게 바라보렴. 엄마 아빠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너의 그 다정한 발걸음마다 형의 사랑이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은 언제나 네 삶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 네가 하늘을 향해 꿈을 펼칠 때마다 너를 응원해 줄 거야. 형이 너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 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렴.
오늘 예수님께서는 산에 올라앉아 제자들에게 참된 행복을 선언하십니다. '마음이 깨끗한 이들은 부럽다, 그들이 하느님을 볼 것이다.' 벤은 지금 그 하느님을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외롭게 앉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슬픔의 무게에 지쳐 숨을 고르는 부모들에게, 밤마다 눈물 흘리는 아이들에게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슬퍼하는 이들은 부럽다,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만 마음속에 품고 가십시오. 우리는 잃어버린 것 때문에 끝나는 이들이 아니라, 벤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통해 영원한 사랑을 배운 이들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품었던 그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굳건히 살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다오.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모든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멘.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의 크신 축복과 사랑이 늘 여러분과 함께하며, 모든 환난 속에서도 당신의 얼굴을 구하는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 빕니다.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