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는 오늘, 한밤중에 친구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의 모습을 마주합니다. 빵 세 덩이를 빌려달라고,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를 대접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애타게 문을 두드리는 그 사람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누군가는 인생의 한밤중을 지나고 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텅 빈 마음을 채울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벤자민 보, 우리 벤이 주님 곁으로 떠난 지 어느덧 석 달이 흘렀습니다. 벤은 비행기를 사랑했고, 아빠와 함께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하던 소년이었습니다. 벤이 꿈꾸던 ‘콘 짐 에어라인’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아빠와 함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었던, 그 순수하고도 거대한 열망이었습니다. 벤은 아빠의 목소리를 사랑했습니다.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담긴 세상의 이치와 사랑의 법을, 벤은 그 맑은 눈빛으로 온전히 흡수하곤 했습니다. 여러분, 그 아이의 웃음소리가 기억나십니까? 그 웃음소리는 주님께서 여러분의 가정에 잠시 맡겨주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고, 지금도 그 울림은 여러분의 삶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벤을 떠나보낸 뒤, 혹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런 질문이 솟구치지는 않습니까? ‘주님, 왜 제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까? 왜 제 간절한 기도는 응답받지 못했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친구의 간청을 들어주는 사람의 비유를 넘어, 더 큰 약속을 주십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우리는 때로 우리가 원하는 방식,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응답이 오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침묵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가 청하는 것보다 더 큰 선물, 곧 당신의 성령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그 성령은 우리가 이 슬픔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게 하는 힘이며, 벤이 지금 하느님 나라의 품 안에서 누리고 있는 그 평화의 실체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갈라디아 신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성령으로 시작하고서는 이제 육으로 끝맺으려 합니까?” 이것은 우리에게도 던지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슬픔이라는 육의 무게에 눌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영적인 약속들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내가 더 잘했더라면’, ‘그때 내가 무엇을 놓쳤더라면’ 하는 자책은, 사실 우리를 하느님의 자비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가시와 같습니다. 여러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며, 여러분의 소홀함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의 죄도,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하셨던 그 자비의 빛을 기억하십시오. 질병은 여러분의 탓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숭고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벤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었고, 벤은 그 사랑 안에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죄책감의 돌을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벤은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습니다. 삼촌이 아프다는 소식에 자신의 전부였던 돼지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마음은,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가장 순수한 제물이었습니다. 비록 그 저금통을 실제로 깨뜨리지는 않았지만, 그 ‘제안’ 자체만으로도 벤은 이미 하느님 나라의 법을 살고 있었습니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통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 남모르게 베푸는 자비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지금 하느님 나라의 연회장에서, 여러분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라고 말하며, 맑고 건강한 모습으로 서 있던 그 벤의 모습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그곳에서, 여러분이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여러분에게 비추시고 은혜를 베푸시기를 빕니다.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