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형상을 잃어버리고 살아왔음을 고백하오니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세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겨 하느님의 것을 잊었음을 고백하오니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당신의 사랑을 온전히 내어드리지 못했음을 고백하오니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아주 예리한 질문을 던지십니다. 바리사이들이 그분을 올가미에 씌우려고 건넨 동전 하나를 보시며, 예수님은 물으십니다. “이것은 누구의 모습이며 누구의 글귀냐?”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카이사르’라고 답합니다. 그 순간 예수님은 그 동전을 돌려주며 말씀하십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주어라.”
이 말씀은 단순히 세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존재 전체에 대한 질문입니다. 동전에는 카이사르의 형상이 새겨져 있어 그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우리 인간의 마음에는 누구의 형상이 새겨져 있습니까? 창세기에서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과 닮은 사람을 만드셨다고 했습니다. 즉, 우리라는 존재는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형상을 담고 있으며, 결국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할 존재라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형상’이라는 주제를 묵상하며, 지난 6월 우리 곁을 떠난 벤자민 보, 우리 벤을 기억합니다.
벤은 정말로 하느님의 형상을 맑게 간직하고 있던 아이였습니다. 벤을 떠올리면 저는 그 아이의 그 환하고 순수한 웃음이 생각납니다. 벤은 단순히 똑똑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벤은 아빠와 함께 공항에서 비행기를 ‘스포팅’하며, 그 거대한 기계가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그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려 애쓰던 꼬마 공학자였습니다. 벤에게 세상은 그저 딱딱한 지식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으신 경이로운 설계도였을 것입니다. 벤이 아빠와 함께 나누었던 그 시간들은, 단순히 비행기를 보는 시간이 아니라,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아빠의 사랑을 배우는 거룩한 항로였습니다. 벤은 아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아빠가 들려주는 그 어떤 사소한 이야기 속에서도 진심을 찾아낼 줄 아는 지혜로운 소년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여러분의 믿음의 행위와 사랑의 수고와 희망의 인내를 끊임없이 기억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벤의 삶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벤은 열다섯 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성취보다 그 내면의 맑은 샘물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았습니다. 벤의 그 마음을 기억하십니까? 삼촌이 아픔을 겪을 때, 벤은 자신의 소중한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저금통을 깨거나 건네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그 ‘마음’ 자체가, 자신의 전부를 이웃의 고통과 나누려 했던 그 순수한 의지가 바로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모습입니다. 벤은 이미 그 짧은 삶 안에서, 율법의 멍에가 아닌 사랑의 자유를 온전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벤을 잃은 슬픔 앞에서 스스로를 옥죄는 ‘자책의 멍에’를 쥐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더 잘했더라면’, ‘그때 그 증상을 조금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하는 그 무거운 질문들 말입니다. 오늘 주님은 그 질문들을 거두라고 말씀하십니다. 질병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벤의 아픔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며, 여러분의 그 어떤 소홀함도 없었습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의 그 깊은 사랑을 다 알고 계십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던 그 장면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모든 것을 넘어섰습니다. 여러분이 벤에게 쏟았던 그 모든 정성, 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나누었던 그 따뜻한 포옹은 벤의 영혼에 새겨진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질문들을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하느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픈 마음을 당신의 십자가 아래에서 함께 안고 계십니다.
때로는 벤이 너무 보고 싶어 밤잠을 설치고, 벤이 남긴 흔적들 앞에서 무너져 내릴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주님께서는 벤의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 다 세고 계시듯, 여러분이 흘리는 눈물 한 방울까지도 모두 기억하고 계십니다. 벤은 지금 하느님 나라의 ‘Banquet of Heaven’에서,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벤은 여러분이 다시 웃기를, 라이언과 함께 서로의 손을 잡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언제나 가장 든든한 형이었지. 형이 너와 함께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여행지에서 함께 걷던 그 모든 시간은 너의 삶에 심어진 거룩한 씨앗이란다.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천국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거야.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형은 네가 짓는 그 미소 속에, 네가 아빠와 나누는 그 대화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콘 짐 에어라인’처럼, 이제는 네가 삶이라는 더 큰 하늘을 향해 비행기를 띄우렴. 형은 언제나 너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줄 거야.
알란 님, 타오 님. 벤이 아빠의 꿈속에서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던 그 장면을 다시 한번 떠올리십시오. 벤은 지금 주님의 품 안에서 모든 고통을 벗어던지고 참된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온기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을 적시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행하는 그 모든 자비로운 일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여러분은 벤을 잃은 것이 아니라, 벤이라는 천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여러분의 삶 자체가 벤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