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 우리를 사랑으로 부르시고 이 자리에 모아주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주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우리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 그 사람과 함께했던 아주 사소한 순간들은 우리 기억 속에 보석처럼 박힙니다. 길을 걷다 마주친 꽃 한 송이, 식탁 위에서 나누던 숟가락 소리, 혹은 낯선 도시의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그 지루하고도 설레던 시간들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안식일의 엄격한 규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십니다. 그곳에는 수종병을 앓는 한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켜보는 이유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분이 과연 율법을 어길 것인지 아닌지를 재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차가운 시선들 한복판에서, 고통받는 한 사람을 향해 멈춰 서십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이미지는 '물'입니다. 예수님이 고쳐주신 수종병은 몸 안에 물이 차오르는 병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벤자민 보를 기억하며 세운 우물은 생명을 살리는 물을 퍼 올리는 곳입니다. 물은 때로는 넘쳐흘러 고통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말라붙은 땅을 적시는 생명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삶도 이와 같습니다. 슬픔이 차올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 물의 흐름을 바꾸십니다. 고통의 물을 생명의 물로, 눈물의 강을 희망의 바다로 바꾸시는 분이 바로 주님이십니다.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사랑하는 라이언. 벤이 떠난 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의 물이 차오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그 슬픔이 너무 깊어서, 벤의 웃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마음이 눅눅해질 때가 있겠지요. 밤마다 벤을 떠올리며, '내가 그때 조금만 더 살폈더라면', '혹시 내가 놓친 것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 서글픈 자책의 돌덩이를 가슴에 품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그 돌덩이는 여러분의 것이 아닙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수종병 환자를 고치시며 그를 옥죄던 병의 무게를 덜어내셨듯이, 주님은 여러분의 가슴에서 그 무거운 죄책감을 조용히 걷어내십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질병도 부모의 탓이 아니며, 여러분의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일도 아닙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픔을 함께 겪으시며 눈물 흘리시는 분입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질책을 이제 주님의 자비로운 손길 아래 내려놓으십시오.
벤은 참으로 빛나는 소년이었습니다. 벤은 단순히 똑똑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벤의 마음속에는 타인을 향한 맑은 샘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삼촌이 아플 때, 자신의 전부였던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했던 그 마음을 기억하십시오. 실제로 저금통을 깨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그 어린아이가 가졌던 그 '내어줌의 마음'은 이미 하늘나라의 보화로 쌓였습니다. 벤은 '콘 짐 에어라인'이라는 가상의 항공사를 세우며 하늘을 꿈꿨습니다. 이제 벤은 그 꿈꾸던 하늘보다 더 높은 곳에서, 하느님의 품 안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습니다. 벤이 남긴 그 순수한 미소와 열정은 지금도 여러분의 삶 속에서 작은 샘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을 기억하니? 형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사랑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세상,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씩씩하게 걸어가렴. 형은 네 삶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 네가 하늘을 향해 꿈을 펼칠 때마다 너를 응원해 줄 거야.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너의 그 다정한 발걸음마다 형의 사랑이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이 너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 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렴. 알란 님, 타오 님,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자비들, 그 조용한 나눔들이 바로 벤이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 남긴 사랑의 흔적입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서로를 위로하고, 벤을 그리워하며 흘리는 그 눈물조차도 벤을 향한 사랑의 증거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묻습니다. '누가 자기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이라도 당장 끌어내지 않겠느냐?' 주님은 여러분을 우물 속에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여러분이 슬픔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때, 주님은 당신의 따뜻한 손을 뻗어 여러분을 낚아 올리십니다. 여러분이 벤을 사랑했듯이, 주님은 벤을 사랑하시고, 또한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벤은 지금 천상의 연회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여기서 벤이 남긴 사랑의 샘물을 길어 올리며 살아가야 합니다. 벤의 그 맑은 웃음소리를 기억하며, 오늘 하루도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십시오. 여러분이 벤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받아 적으시는 사랑의 기록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품었던 그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굳건히 살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다오.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모든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