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주님께서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는 이 거룩한 시간, 그분의 은총 안에 머물러 봅시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자비보다 인간의 율법에 더 매여 있었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저희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소서. 주님, 저희에게 당신의 자비와 평화를 내려주소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해 무거운 말씀을 던지십니다. “너희는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렸다.” 이 말씀은 겉으로는 하느님을 섬기는 듯 보이지만, 정작 그 사랑의 핵심은 놓치고 형식이라는 감옥에 갇혀버린 이들을 향한 탄식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굳게 닫아걸 때가 있습니다. 슬픔이 너무 깊어 마음의 문을 닫고,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하느님의 뜻을 묻기보다 스스로를 정죄하는 율법의 잣대를 들이대곤 합니다. 오늘 성녀 테레사 동정 학자는 우리에게 ‘내적 성’의 문을 열라고 가르칩니다. 그녀는 고요한 침묵 속에서 하느님과 단둘이 만나는 그 깊은 내면의 방을 찾으라고 초대합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벤자민 보, 우리 벤이 주님의 품으로 돌아간 지 어느덧 넉 달이 되었습니다. 벤을 생각하면 저는 그 아이의 그 맑고도 진지했던 눈빛이 떠오릅니다. 벤은 참으로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아빠와 함께 비행기를 보러 다니며 ‘콘 짐 에어라인’을 꿈꾸던 그 시간들, 벤은 그저 비행기라는 기계를 좋아한 것이 아니라, 그 비행기가 품고 있는 더 넓은 하늘, 더 높은 가능성을 동경했습니다. 벤은 아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정말 좋아했지요. 아빠의 목소리는 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항로였을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서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분께서는 세상 창조 이전에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벤은 바로 그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아이였습니다. 벤의 삶은 비록 짧았지만, 그 안에는 흠 없는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여러분, 벤이 삼촌의 아픔을 듣고 자신의 소중한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순간을 떠올려 보십시오. 실제로 저금통을 깨거나 건네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그 ‘마음’ 자체가, 자신의 전부를 이웃의 고통과 나누려 했던 그 순수한 의지가 바로 하느님께서 보시는 벤의 모습입니다. 벤은 자신의 것을 움켜쥐는 대신,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졌던 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벤을 잃은 슬픔 앞에서 스스로를 옥죄는 ‘지식의 열쇠’를 쥐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더 잘했더라면’, ‘그때 그 증상을 조금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하는 그 무거운 자책의 멍에 말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여러분에게 그 열쇠를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질병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벤의 아픔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며, 여러분의 그 어떤 소홀함도 없었습니다. 주님은 여러분의 그 깊은 사랑을 다 알고 계십니다. 여러분이 벤에게 쏟았던 그 모든 정성, 벤과 함께 비행기를 보며 나누었던 그 고요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벤의 영혼에 새겨진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질문들을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픈 마음을 당신의 십자가 아래에서 함께 안고 계십니다.
때로는 벤이 너무 보고 싶어 밤잠을 설치고, 벤이 남긴 흔적들 앞에서 무너져 내릴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바오로 사도가 말한 ‘그리스도의 구원’은 죽음조차 가로막지 못하는 사랑의 자유입니다. 벤은 지금 하느님 나라의 ‘Banquet of Heaven’에서,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벤은 여러분이 다시 웃기를, 라이언과 함께 서로의 손을 잡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언제나 가장 든든한 형이었지. 형이 너와 함께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여행지에서 함께 걷던 그 모든 시간은 너의 삶에 심어진 거룩한 씨앗이란다.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천국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거야.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형은 네가 짓는 그 미소 속에, 네가 아빠와 나누는 그 대화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알란 님, 타오 님. 벤이 아빠의 꿈속에서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던 그 장면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주님의 품 안에서 모든 고통을 벗어던지고 참된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온기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이 세상 곳곳에 생명수로 흐르고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을 적시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행하는 그 모든 자비로운 일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여러분은 벤을 잃은 것이 아니라, 벤이라는 천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여러분의 삶 자체가 벤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그분의 얼굴을 여러분에게 비추시어 은총을 베푸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