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을 찾는 갈망보다 먼저 저희를 찾아오셨음을 믿지 못했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등불을 켜고 깨어 기다리기보다 세상의 근심에 잠겨 있었음을 용서하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죽음 너머의 희망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는 오늘 새벽녘, 어스름한 빛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 사람의 마음을 마주합니다. 지혜서의 저자는 말합니다. '지혜는... 그녀를 찾는 이들이 새벽에 깨어 기다리면 실망하지 않으리니, 그들이 자기 문 앞에서 지혜를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새벽의 문턱, 아직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그 고요한 시간에 누군가를 기다려 본 적이 있습니까? 문소리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밖을 내다보던 그 간절한 기다림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열 처녀가 등불을 들고 신랑을 기다립니다. 그들은 모두 신랑을 맞이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깊이는 각기 달랐습니다. 다섯은 기름을 준비했고, 다섯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밤은 깊어가고 신랑은 더디 오는데,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등불은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우리 곁을 떠난 벤자민 보, 우리 벤이 하늘로 돌아간 지 벌써 네 달이 지났습니다.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사랑하는 라이언. 여러분의 일상은 벤이 없는 고요함 속에서 때로는 길고 어두운 밤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벤은 참으로 호기심 많은 소년이었습니다. 4학년 때 이미 8학년 수학을 거뜬히 풀고, 아빠와 함께 구름 너머의 데이터를 다루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논하던 그 명석한 아이. 비행기를 그토록 사랑해서 '콘 짐 에어라인'이라는 자신의 작은 항공사를 꿈꾸며, 비행기가 낮게 깔리는 하늘을 보며 눈을 반짝이던 그 아이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할 것입니다. 벤은 늘 준비된 아이였습니다. 단순히 지식적인 준비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던 아이였지요.
여러분, 밤이 깊어질 때, 우리가 들고 있는 등불이 꺼져가는 것 같아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혹시 내가 더 잘했더라면, 혹시 내가 무언가를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자책의 그림자가 여러분의 마음을 덮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저는 주님의 이름으로 그 무거운 돌덩이를 여러분의 가슴에서 조용히 들어내고자 합니다.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병은 부모의 탓이 아니며, 여러분의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일도 아닙니다. 하느님은 결코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벤의 삶과 그가 겪은 시련은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다 주었습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전했던 그 평화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이미 하늘의 문을 통과했습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사랑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 자책의 짐을 내려놓으십시오.
벤은 사랑할 줄 아는 소년이었습니다. 삼촌이 큰 병을 앓으셨을 때, 벤이 자신의 저금통을 전부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순간을 기억합니다. 그 돈을 실제로 깨뜨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아이의 마음속에는 이미 자신의 전부를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주님께서 보시는 '기름을 준비한 지혜'입니다. 벤은 자신의 삶을 비워 사랑으로 채울 줄 알았습니다. 그 순수한 마음은 이미 하늘나라의 금고에 가득 쌓여 있습니다. 벤은 결코 자신의 십자가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십자가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짊어지고, 끝까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라이언, 형 벤을 기억하니? 형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사랑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씩씩하게 바라보렴.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너의 그 다정한 발걸음마다 형의 사랑이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은 언제나 네 삶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 네가 하늘을 향해 꿈을 펼칠 때마다 너를 응원해 줄 거야. 형이 너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 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렴. 알란 님, 타오 님,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자비들, 세상의 소외된 이들에게 전해지는 그 조용한 나눔들이 바로 벤이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 남긴 사랑의 흔적입니다. 벤은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 속에서 사랑의 물결로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우리는 희망 없는 다른 이들처럼 슬퍼하지 않는다'고 위로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셨기에, 우리도 그분 안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벤은 지금 그 약속의 빛 가운데 있습니다. 여러분이 밤마다 벤을 그리워하며 흘리는 눈물, 그 눈물은 헛되지 않습니다. 그 눈물은 여러분이 여전히 벤을 사랑하고 있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이며, 그 사랑은 죽음보다 강합니다. 벤은 지금 여러분이 등불을 켜고 기다리는 그 새벽의 문턱에서, 여러분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이 이 땅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벤은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미 충분히 사랑했고, 충분히 빛났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큰 빛 안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 때문에 끝나는 이들이 아니라, 벤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통해 영원한 사랑을 배웠고, 그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 이들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품었던 그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굳건히 살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다오.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모든 이들과, 특별히 벤을 그리워하는 알란 님과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의 가정 위에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멘.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여러분에게 비추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