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며, 오늘 이 거룩한 말씀의 식탁에서 우리 모두를 당신의 평화로 감싸주시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빛을 따르지 못하고 세상의 어둠에 머물렀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진정한 보물을 알아보지 못하고 헛된 것에 마음을 두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당신의 사랑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두려움에 갇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는 오늘 바오로 사도의 간절한 호소와, 이해하기 어려운 예수님의 비유를 함께 마주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들’을 경계하라고 말하며, 그들의 마음은 ‘땅의 것’에만 머물러 있다고 탄식합니다. 반면,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선언합니다. 이어지는 루카 복음의 비유는 묘합니다. 불의한 일을 저지른 관리인이 자신의 앞날을 위해 교묘하게 빚을 탕감해 주는 장면입니다. 주님은 이 관리인의 ‘영리함’을 칭찬하십니다. 세상의 자녀들이 빛의 자녀들보다 더 영리하다는 이 말씀은, 단순히 재산을 관리하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무엇이 정말 소중한가’를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긴박한 물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벤자민 보, 우리 벤의 삶을 떠올려 봅니다. 벤은 열다섯 해를 사는 동안, 세상의 계산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했습니다. 벤은 똑똑한 아이였습니다. 8학년 수학을 4학년 때 이미 풀고,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복잡한 로직을 아빠와 함께 나누던 그 명석한 머릿속에는 늘 ‘내일’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벤이 아빠와 함께 꿈꾸던 ‘콘 짐 에어라인(Con Chim Airlines)’을 기억하십니까? 그 이름 속에는 벤의 순수한 웃음과 비행기를 향한 열정, 그리고 사람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이어주고 싶어 했던 그 아이만의 따뜻한 비전이 담겨 있었습니다. 벤은 자신의 지성을 자신만을 위해 쓰지 않았습니다. 벤은 그 지성을 사랑을 실천하는 도구로 삼을 줄 알았습니다.
여러분, 벤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이제 넉 달이 되었습니다.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형의 빈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그 사랑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라이언. 여러분의 일상은 여전히 벤의 웃음소리가 멈춘 고요함 때문에 텅 비어 있을 것입니다. 밤마다 벤의 흔적을 찾으며,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었는지, 혹시 내가 더 잘 돌볼 수는 없었는지 자책하며 눈물 흘리지는 않으셨습니까? 주님은 오늘 그 무거운 돌덩이를 여러분의 가슴에서 조용히 들어내십니다.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며, 여러분의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일도 아닙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픔의 가장 깊은 곳에서 여러분과 함께 눈물 흘리시는 분이 바로 주님이십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전했던 그 평화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모든 시험을 마치고, 이제 하느님의 품 안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관리인은 자신의 주인에게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을 때, 땅을 파기에는 힘이 없고 구걸하기에는 부끄러워 ‘무엇을 할지’를 고민합니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유를 과감히 포기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겪는 슬픔과 상실은 때로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듯합니다. 하지만 벤은 우리에게 다른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삼촌이 큰 병을 앓으셨을 때, 벤이 자신의 저금통을 전부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그 돈의 액수를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가족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그 순수한 마음, 그것이 바로 주님께서 말씀하신 제자의 길입니다. 벤은 자신의 삶을 비워 사랑으로 채울 줄 아는 소년이었습니다. 벤은 결코 자신의 십자가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십자가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짊어지고, 끝까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라이언, 형 벤을 기억하니? 형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사랑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씩씩하게 바라보렴.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너의 그 다정한 발걸음마다 형의 사랑이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은 언제나 네 삶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 네가 하늘을 향해 꿈을 펼칠 때마다 너를 응원해 줄 거야. 형이 너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 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렴. 알란 님, 타오 님,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자비들, 세상의 소외된 이들에게 전해지는 그 조용한 나눔들이 바로 벤이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 남긴 사랑의 흔적입니다. 벤은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 속에서 사랑의 물결로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이 땅에서의 삶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땅에서의 삶을 하늘의 가치로 채우라는 초대입니다. 벤은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 생명 안에는 그리스도의 빛이 가득했습니다. 벤은 이제 그 빛의 근원이신 주님 곁에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보다 더 높은 곳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습니다. 벤은 지금 천상의 연회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곳은 아픔도 없고, 눈물도 없으며, 오직 사랑만이 흐르는 곳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벤이 남긴 그 맑은 웃음소리와 순수한 열정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를 사십시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만 마음속에 품고 가십시오. 우리는 잃어버린 것 때문에 끝나는 이들이 아니라, 벤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통해 영원한 사랑을 배웠고, 그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 이들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품었던 그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굳건히 살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다오.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모든 이들과, 특별히 벤을 그리워하는 알란 님과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의 가정 위에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멘.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벤의 사랑 안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평화로 채워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