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자비를 신뢰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슬픔에 갇혔던 죄를 용서하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당신의 치유하시는 손길을 보지 못하고 어둠 속에 머물렀던 죄를 용서하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당신의 약속을 잊고 절망했던 죄를 용서하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는 오늘,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신 사건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군중의 소리를 듣습니다. 어떤 이들은 예수님의 능력을 보고도 그분을 비난하며 ‘마귀의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린 것’이라 헐뜯습니다. 그들은 기적을 보고도 그 기적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보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닫힌 사람들에게는, 가장 밝은 빛조차도 어둠의 징후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향해 ‘하느님의 손가락’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라면,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에게 와 있다.”
이 ‘하느님의 손가락’이라는 표현을 가만히 묵상해 봅니다. 거창한 폭풍이나 불길이 아니라,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가락 하나로 세상의 악을 밀어내시는 분. 그분은 우리의 삶 속에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현존하십니다. 우리 벤자민 보, 우리 벤이 떠난 지 어느덧 석 달이 되었습니다.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때로는 그 빈자리가 너무나 커서 하느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왜 하느님은 이 아이를 데려가셨는가’, ‘왜 우리 가정에 이런 시련이 닥쳤는가’ 하는 질문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시험하던 이들의 질문만큼이나 날카롭고 아픈 것입니다.
벤은 참으로 호기심 많고 지혜로운 아이였습니다. 아빠와 함께 비행기를 보러 다니며 ‘콘 짐 에어라인’을 꿈꾸던 그 아이의 눈빛을 기억하십니까? 그 아이는 세상의 복잡한 논리보다,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담긴 사랑의 진리를 더 소중히 여겼습니다. 여러분,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들을 때 보여주었던 그 집중하는 모습, 그 순수한 경청의 태도를 기억하십시오. 그것은 마치 마리아가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던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벤은 이미 1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하느님 나라가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증명하고 떠났습니다. 벤의 삶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랑했고,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다 받았습니다. 그 아이의 삶은 하느님의 손가락이 빚어낸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지금 이 시간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스로를 찌르는 가시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내가 더 잘했더라면’, ‘그때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그 무거운 자책 말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받은 사람이 되시어, 우리를 율법의 저주에서 속량해 주셨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십자가의 나무에 매달리심으로써, 우리가 짊어져야 할 모든 저주와 죄책감을 거두어 가셨습니다.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며, 여러분의 소홀함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의 죄도,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하셨던 그 자비의 빛을 기억하십시오. 질병은 벌이 아니며, 여러분의 잘못은 더더욱 아닙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숭고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벤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이었고, 벤은 그 사랑 안에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죄책감의 돌을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여러분의 그 고통스러운 마음을 다 알고 계시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손을 잡고 계십니다.
벤은 참으로 마음이 깊은 아이였습니다. 삼촌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자신의 전부였던 돼지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마음을 기억하십시오. 실제로 그 저금통을 깨뜨리지 않았어도, 그 ‘제안’ 자체만으로도 벤은 이미 하느님 나라의 법을 살고 있었습니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통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 남모르게 베푸는 자비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형은 네가 아빠와 함께 나누는 그 고요한 이야기들 속에, 그리고 네가 짓는 그 환한 미소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알란 님, 타오 님. 아빠가 꿈에서 보았던, 벤이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던 그 장면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 나라의 연회장에서, 여러분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주님은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의 얼굴이 여러분을 비추시어 여러분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