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주님의 빛과 구원이 우리와 함께하시는 이 거룩한 자리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주님, 저희가 주님을 온전히 따르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십자가의 무게를 피하려 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주님, 저희가 주님의 사랑을 신뢰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오늘 우리는 성 카를로 보로메오 주교를 기억하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제시하시는 제자의 길을 묵상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군중을 향해, 아니 우리 각자를 향해 다소 엄격해 보이는 말씀을 던지십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이 말씀은 우리 삶의 기반을 흔드는 질문처럼 들립니다. 탑을 쌓으려는 이가 먼저 비용을 계산하듯, 주님은 우리에게 당신을 따르는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를 정직하게 마주하라고 초대하십니다.
우리는 종종 이 '비용'을 눈에 보이는 성취나 세상의 성공으로 계산하려 합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벤자민 보, 우리 벤은 그 계산법이 얼마나 좁은 것인지,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넓은 것인지를 짧은 생애를 통해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벤은 명석한 아이였습니다. 4학년 때 이미 8학년 수학을 다루고, 복잡한 클라우드 인프라의 세계를 탐험하며 미래를 설계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벤의 지성은 결코 차가운 논리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벤의 지성은 늘 '연결'을 향해 있었습니다. 아빠와 함께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며 꿈꾸었던 '콘 짐 에어라인'은, 그저 항공기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세상의 경계를 넘어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그 아이의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여러분, 벤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이제 넉 달이 되었습니다.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형의 빈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그 사랑의 무게를 함께 견디고 있는 라이언. 여러분이 마주하는 일상은 여전히 벤의 웃음소리가 멈춘 고요함 때문에 텅 비어 있을 것입니다. 밤마다 벤의 흔적을 찾으며,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었는지, 혹시 내가 더 잘 돌볼 수는 없었는지 자책하며 눈물 흘리지는 않으셨습니까? 주님은 오늘 그 무거운 돌덩이를 여러분의 가슴에서 조용히 들어내십니다.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며, 여러분의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일도 아닙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픔의 가장 깊은 곳에서 여러분과 함께 눈물 흘리시는 분이 바로 주님이십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전했던 그 평화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모든 시험을 마치고, 이제 하느님의 품 안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를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벤은 그 십자가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내어놓을 줄 알았던 마음 말입니다. 삼촌이 큰 병을 앓으셨을 때, 벤이 자신의 저금통을 전부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그 돈의 액수를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가족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그 순수한 마음, 그것이 바로 주님께서 말씀하신 제자의 길입니다. 벤은 자신의 삶을 비워 사랑으로 채울 줄 아는 소년이었습니다. 벤은 결코 자신의 십자가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십자가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짊어지고, 끝까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라이언, 형 벤을 기억하니? 형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사랑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씩씩하게 바라보렴.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너의 그 다정한 발걸음마다 형의 사랑이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은 언제나 네 삶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 네가 하늘을 향해 꿈을 펼칠 때마다 너를 응원해 줄 거야. 형이 너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 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렴. 알란 님, 타오 님,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자비들, 세상의 소외된 이들에게 전해지는 그 조용한 나눔들이 바로 벤이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 남긴 사랑의 흔적입니다. 벤은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 속에서 사랑의 물결로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좋은 뜻을 위하여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시어, 여러분이 뜻을 세우고 실천하게 하시는 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벤의 그 빛나는 지성과 따뜻한 마음은 바로 하느님께서 벤이라는 소년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당신의 활동이었습니다. 벤은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 생명 안에는 그리스도의 빛이 가득했습니다. 벤은 이제 그 빛의 근원이신 주님 곁에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보다 더 높은 곳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습니다. 벤은 지금 천상의 연회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곳은 아픔도 없고, 눈물도 없으며, 오직 사랑만이 흐르는 곳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벤이 남긴 그 맑은 웃음소리와 순수한 열정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를 사십시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만 마음속에 품고 가십시오. 우리는 잃어버린 것 때문에 끝나는 이들이 아니라, 벤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통해 영원한 사랑을 배웠고, 그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 이들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품었던 그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굳건히 살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다오.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모든 이들과, 특별히 벤을 그리워하는 알란 님과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의 가정 위에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멘.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여러분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