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자비하심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슬픔의 무게에 눌려 당신의 빛을 보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당신의 평화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우리는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를 기억합니다.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조차 하느님을 향한 열망을 멈추지 않았던 분입니다. 그는 자신을 ‘하느님의 밀알’이라 부르며, 사자의 이빨에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는 기쁨을 노래했습니다. 이냐시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가장 위대한 만남을 향한 문이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 신자들에게 전하는 말씀처럼, 그분은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그분을 일으키시고 하늘에 앉히신’ 그 영광의 힘을 온몸으로 믿었던 분입니다. 그 믿음은 오늘, 슬픔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는 우리에게도 똑같은 빛을 비춥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우리 벤자민 보, 우리 벤이 주님의 품으로 돌아간 지 넉 달이 되었습니다. 벤을 생각하면 저는 그 아이가 세상의 원리를 탐구하던 그 진지한 눈빛이 떠오릅니다. 벤은 단순히 똑똑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벤은 아빠와 함께 비행기를 보러 다니며, 그 거대한 기계가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그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려 애쓰던 꼬마 공학자였습니다. 벤은 아빠의 목소리를 사랑했고, 아빠가 들려주는 세상의 이야기들을 마치 보물을 모으듯 귀담아들었습니다. 아빠와 함께 공항에서 비행기를 지켜보며 나누었던 그 고요한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 벤은 하늘을 향한 꿈을 키웠습니다. 벤에게 세상은 그저 딱딱한 지식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으신 경이로운 설계도였을 것입니다.
오늘 에페소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어 여러분이 그분을 알게 되기를 빕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마음의 눈’이 밝아지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벤을 잃은 슬픔의 어둠 속에서, 단순히 ‘없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벤을 위해 마련하신 ‘상속의 풍요로움’을 보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벤은 하늘 저 너머, 인간의 언어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찬란한 빛의 세계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직접 보고 있습니다. 벤이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 벤이 그토록 꿈꿨던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그 하늘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하느님의 품 안에서 벤은 지금 자유롭게 숨 쉬고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는 사람은,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벤은 짧은 생애 동안,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자신의 삶으로 하느님을 증언했습니다. 벤의 그 순수한 사랑, 삼촌의 아픔을 듣고 자신의 작은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던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단순히 돈을 주는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당신의 고통과 바꾸겠다’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보여주신 그 사랑의 언어였습니다. 벤은 자신의 것을 움켜쥐는 대신,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졌던 소년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금 천사들 앞에서, 벤자민 보라는 이름을 부르며 그 아이가 보여준 그 숭고한 사랑을 증언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여러분, 벤을 잃은 슬픔 앞에서 스스로를 옥죄는 ‘자책의 멍에’를 쥐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더 잘했더라면’, ‘그때 그 증상을 조금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하는 그 무거운 질문들 말입니다. 여러분, 오늘 주님은 그 질문들을 거두라고 말씀하십니다. 질병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벤의 아픔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며, 여러분의 그 어떤 소홀함도 없었습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의 그 깊은 사랑을 다 알고 계십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던 그 장면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이미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모든 것을 넘어섰습니다. 여러분이 벤에게 쏟았던 그 모든 정성, 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나누었던 그 따뜻한 포옹은 벤의 영혼에 새겨진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질문들을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하느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픈 마음을 당신의 십자가 아래에서 함께 안고 계십니다. 때로는 벤이 너무 보고 싶어 밤잠을 설치고, 벤이 남긴 흔적들 앞에서 무너져 내릴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주님께서는 벤의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 다 세고 계시듯, 여러분이 흘리는 눈물 한 방울까지도 모두 기억하고 계십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언제나 가장 든든한 형이었지. 형이 너와 함께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여행지에서 함께 걷던 그 모든 시간은 너의 삶에 심어진 거룩한 씨앗이란다.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천국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거야.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형은 네가 짓는 그 미소 속에, 네가 아빠와 나누는 그 대화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이 꿈꿨던 ‘콘 짐 에어라인’처럼, 이제는 네가 삶이라는 더 큰 하늘을 향해 비행기를 띄우렴. 형은 언제나 너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줄 거야.
알란 님, 타오 님. 벤이 아빠의 꿈속에서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던 그 장면을 다시 한번 떠올리십시오. 벤은 지금 주님의 품 안에서 모든 고통을 벗어던지고 참된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온기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을 적시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행하는 그 모든 자비로운 일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여러분은 벤을 잃은 것이 아니라, 벤이라는 천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여러분의 삶 자체가 벤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