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주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이 거룩한 시간에 함께 모인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주님, 저희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도 행하지 못했음을 고백하오니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울음소리를 외면했음을 고백하오니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의 교만한 마음을 씻어주시고 주님의 길로 인도하소서.
오늘 우리는 복음에서 조금은 당혹스럽고 낯선 예수님의 모습을 마주합니다. 당신을 찾아온 어머니와 형제들이 밖에서 기다린다는 전갈을 들으셨을 때, 예수님은 그들을 즉시 맞이하러 나가는 대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들이다.' 이 말씀은 결코 육신의 가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하느님의 뜻이라는 더 넓은 하늘을 가리키고 계십니다.
우리는 오늘 이 말씀을 묵상하며, 벤자민 보, 우리 벤을 떠올립니다. 벤은 열다섯 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던 아이였습니다. 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 총명한 눈빛, 아빠의 농담 어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그 진지한 집중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작은 저금통을 삼촌의 고통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순수한 마음입니다. 벤은 자신의 것을 움켜쥐는 대신, 타인의 아픔에 마음을 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삶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벤이 떠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의 파도가 일렁이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밤이 깊어질 때,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었을까, 더 잘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자책의 그림자가 여러분을 괴롭히지는 않습니까? 오늘 첫 독서에서 잠언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길은 제 눈에는 모두 옳게 보여도, 마음을 살피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여러분,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심판을 이제 멈추십시오. 벤이 겪었던 그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며, 여러분의 소홀함 때문도 아닙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의 마음을 가장 잘 아시는 분입니다. 여러분이 벤에게 쏟았던 그 숭고하고도 헌신적인 사랑은, 벤이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밝혀준 가장 따뜻한 등불이었습니다. 주님은 여러분의 그 사랑을 이미 다 알고 계십니다.
벤은 아빠의 목소리를 사랑했습니다. 아빠가 들려주는 가상의 이야기들을 마치 세상의 진실인 양 경청하며, 그 속에서 아빠와의 깊은 유대를 확인하던 그 시간들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비행기를 좋아했습니다. 특히 보잉 737을 바라보며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은, 이제 벤이 하느님 품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자유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벤은 지금 여러분 곁을 떠난 것이 아닙니다. 벤은 여러분이 서로의 손을 잡고, 슬픔 속에서도 다시 미소 지으려 애쓰는 그 모든 순간에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하느님의 말씀은 때로 우리의 삶을 뒤흔듭니다. '귀를 닫고 가난한 이의 울음소리를 외면하면, 자기 자신도 부르짖을 때 응답받지 못한다'는 잠언의 말씀처럼, 벤은 일찍이 그 자비의 길을 걸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통해 계속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여러분의 슬픔을 거두어 평화의 빛으로 채워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