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우리는 필리피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고백하는 ‘손실’에 대한 아주 낯설고도 깊은 역설을 마주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가졌던 세상의 모든 자랑거리, 자신의 혈통과 율법의 엄격한 준수, 그 모든 ‘이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 때문에 ‘손실’로 여긴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얻는 것을 기뻐하고 잃는 것을 슬퍼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당연한 셈법입니다. 그런데 바오로는 왜 그토록 소중했던 자신의 경력을 ‘쓰레기’처럼 여긴다고 고백했을까요? 그것은 그가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이라는, 세상의 그 어떤 가치와도 비교할 수 없는 보물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 보물 앞에서 세상의 모든 자랑은 빛을 잃고, 오히려 그 보물을 얻기 위해 기꺼이 내려놓아야 할 짐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삶에도 이런 ‘손실’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원치 않았지만 강제로 빼앗긴 듯한 시간들,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빈자리들 말입니다. 우리 벤자민 보, 우리 벤이 떠난 지 벌써 넉 달이 되었습니다.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사랑하는 라이언. 여러분의 일상에서 벤이라는 존재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이득’이자 기쁨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아이가 하늘로 옮겨갔다는 사실은, 여러분의 가슴에 견딜 수 없는 ‘손실’로 남아 있습니다. 밤마다 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가도, 이내 텅 빈 방 안에서 마주하는 정적 때문에 얼마나 많이 울고 계십니까? 혹시 ‘내가 조금만 더 주의했더라면’, ‘내가 무언가 놓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자책의 돌덩이를 스스로의 가슴에 얹어놓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주님은 그 돌덩이를 여러분의 가슴에서 조용히 들어내십니다. 여러분,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떤 병도 부모의 탓이 아니며, 여러분의 사랑이 부족해서 혹은 손길이 모자라서 생긴 일이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픔을 함께 겪으시며 가장 가까이에서 눈물 흘리시는 분이 바로 주님이십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전했던 그 평화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모든 시험을 마치고, 이제 하늘의 연회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질책을 이제 주님의 자비로운 손길 아래 온전히 내려놓으십시오. 여러분은 충분히 사랑했고, 충분히 헌신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가장 잘 알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잃어버린 양 한 마리와 잃어버린 동전 하나를 찾는 목자와 여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세상은 99마리의 양이 안전하면 잃어버린 한 마리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다릅니다. 그분은 99마리를 광야에 두고, 잃어버린 그 하나를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으십니다. 왜일까요? 그 하나가 없으면 주인의 기쁨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벤은 하느님께 바로 그런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벤은 똑똑하고 명석한 아이였습니다. 4학년 때 이미 8학년 수학을 다루고, 복잡한 클라우드 인프라와 AI의 세계를 탐험하며 미래를 설계하던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벤의 지성은 결코 차갑지 않았습니다. 그 지성은 늘 사람을 향해 있었고, 그 지성은 늘 사랑을 향해 열려 있었습니다.
벤은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내어줄 줄 아는 소년이었습니다. 삼촌이 큰 병을 앓으셨을 때, 벤이 자신의 저금통을 전부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그 돈의 액수를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가족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그 순수한 마음, 그것이 바로 주님께서 말씀하신 제자의 길입니다. 벤은 자기 자신을 비워 사랑으로 채운 소년이었습니다. 벤은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 생명 안에는 그리스도의 빛이 가득했습니다. 벤은 이제 그 빛의 근원이신 주님 곁에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보다 더 높은 곳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습니다. 벤은 지금 천상의 연회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을 기억하니? 형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사랑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씩씩하게 바라보렴.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너의 그 다정한 발걸음마다 형의 사랑이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은 언제나 네 삶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 네가 하늘을 향해 꿈을 펼칠 때마다 너를 응원해 줄 거야. 형이 너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 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렴. 알란 님, 타오 님,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자비들, 세상의 소외된 이들에게 전해지는 그 조용한 나눔들이 바로 벤이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 남긴 사랑의 흔적입니다. 벤은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 속에서 사랑의 물결로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램프를 켜고 집 안을 샅샅이 뒤집니다. 오늘 복음의 여인처럼, 우리도 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매일 마음의 등불을 켜고 기억의 방을 쓸고 닦습니다. 그 과정이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눈물겹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 수고를 알고 계십니다. 잃어버린 것을 찾았을 때 하늘에서 벌어지는 그 큰 잔치, 그 기쁨이 바로 지금 벤이 누리고 있는 영원한 평화입니다. 벤은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미 충분히 사랑했고, 충분히 빛났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큰 빛 안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만 마음속에 품고 가십시오. 우리는 잃어버린 것 때문에 끝나는 이들이 아니라, 벤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통해 영원한 사랑을 배웠고, 그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 이들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품었던 그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굳건히 살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다오.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모든 이들과, 특별히 벤을 그리워하는 알란 님과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의 가정 위에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멘.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