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마음을 다해 주님을 사랑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가 주님의 계명을 온전히 따르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우리는 복음서의 한복판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무거운 질문 하나를 마주합니다.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율법 학자의 이 질문은 어쩌면 오늘, 삶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길을 잃은 듯한 우리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이 덧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절대적인 진리는 무엇인가? 예수님은 망설임 없이 대답하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계명,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 두 계명은 단순히 도덕적인 지침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왜 존재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거룩한 설계도입니다.
우리는 종종 삶을 하나의 거대한 공학적 설계도처럼 이해하려 합니다. 벤자민, 우리 벤이 그토록 사랑했던 비행기처럼, 인생도 정교하게 계산된 항로를 따라 순조롭게 날아가길 바랍니다. 벤은 비행기의 구조를 탐구하고, 클라우드 인프라의 복잡한 논리를 이해하며, 자신이 직접 '콘 짐 에어라인'이라는 항공사를 세우는 꿈을 꾸던 아이였습니다. 벤에게 세상은 그저 딱딱한 지식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으신 경이로운 설계도였습니다. 벤은 아빠의 목소리를 사랑했고, 아빠가 들려주는 사소한 이야기 속에서도 진심을 찾아낼 줄 아는 지혜로운 소년이었습니다. 벤이 보여준 그 순수한 몰입과 열정은, 바로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는' 사랑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오늘 제1독서인 탈출기에서는 하느님께서 과부와 고아를 억압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하십니다. '그들이 나에게 부르짖으면, 나는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어줄 것이다. 나는 자비하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오늘,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알란 님과 타오 님, 그리고 형을 잃은 슬픔 속에 있는 라이언에게 깊은 위로로 다가옵니다. 여러분이 밤마다 벤을 그리워하며 흘리는 그 눈물, 벤의 빈자리 앞에서 느끼는 그 깊은 고독을 주님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주님은 여러분의 부르짖음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여러분이 겪는 그 고통은 결코 하느님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며, 여러분의 잘못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때때로 밤이 깊어지면, 마음속에서 서글픈 자책이 피어오를지도 모릅니다. '내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내가 놓친 것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 무거운 돌덩이 말입니다. 오늘 주님은 그 자책의 돌을 여러분의 가슴에서 조용히 들어내십니다. 질병은 여러분의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쏟았던 그 극진한 정성과 눈물겨운 헌신 외에는 그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던 그 기억을 떠올리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의 품 안에서 모든 얽매임을 벗어던지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하늘보다 훨씬 더 찬란한 빛 속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벤은 참으로 마음이 고운 소년이었습니다. 벤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타인을 향한 맑은 순수함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삼촌이 큰 아픔을 겪을 때, 벤은 자신의 전부였던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저금통을 깨거나 건네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그 마음의 고백 하나가 중요합니다. 나 혼자 살겠다고 곳간을 채우는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이의 아픔과 바꾸고 싶어 했던 그 순수한 제공의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보화가 아니겠습니까? 벤은 이미 그 짧은 삶 안에서, 하늘나라의 법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생명수로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을 기억하니? 네 곁에서 함께 장난을 치고, 여행지에서 나란히 발걸음을 맞추던 형의 그 따뜻한 미소는 네 안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씩씩하게 바라보렴.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너의 그 다정한 발걸음마다 형의 사랑이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은 언제나 네 삶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 네가 하늘을 향해 꿈을 펼칠 때마다 너를 응원해 줄 거야. 형이 너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 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렴.
알란 님, 타오 님.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닙니다. 벤이 여러분의 삶에 남긴 그 맑은 온기와 사랑은 지금도 여러분의 숨결마다 살아 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좋아하던 비행기 사진이나 환하게 웃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고요한 침묵 속에서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상처 입은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줄 것입니다. 우리는 벤을 잃은 것이 아니라, 벤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통해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자비의 실천들, 그 조용한 나눔들이 바로 벤이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 남긴 사랑의 흔적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만 마음속에 품고 가십시오. 우리는 세상의 계산과 두려움에 매여 사는 이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일치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품었던 그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굳건히 살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다오.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모든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멘.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의 축복이 여러분의 가정에 머물기를 빕니다. 평화롭게 돌아가십시오.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