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오늘 우리는 바오로 사도가 갈라디아 신자들에게 던지는 준엄하고도 사랑 가득한 외침 앞에 서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자유를 주셨습니다. 그러니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율법의 조항이나 겉치레에 얽매여, 정작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생명력을 놓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합니다. 그는 ‘할례를 받았느냐 아니냐’는 껍데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하다고 선포합니다.
이 말씀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바리사이의 집에서 보여주신 모습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예수님은 정결례라는 형식에 집착하는 이들을 향해, 겉모습을 닦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정결이며, 자선을 베푸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가르치십니다. “겉만 닦지 말고, 안을 보아라.” 주님의 이 말씀은 오늘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곳, 그 아픈 구석까지 빛을 비춥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벤자민 보, 우리 벤이 주님의 품으로 돌아간 지 어느덧 넉 달이 되었습니다. 벤은 참으로 맑은 아이였습니다. 벤을 떠올리면, 열다섯 해의 짧은 생애 동안 그 아이가 보여주었던 그 환한 미소와, 세상을 향한 그 끝없는 호기심이 생각납니다. 벤은 비행기를 사랑했고, ‘콘 짐 에어라인’이라는 가상의 회사를 세우며 아빠와 함께 하늘을 나는 꿈을 꾸던 소년이었습니다. 벤의 마음은 비행기의 정교한 엔진처럼 복잡하고 똑똑했지만, 그 중심은 언제나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여러분, 벤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벤이 삼촌의 아픔을 듣고, 자신의 소중한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순간을 묵상합니다. 실제로 저금통을 깨뜨리거나 돈을 건네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그 ‘마음’ 자체가, 자신의 전부를 이웃의 고통과 나누려 했던 그 순수한 의지가 바로 바오로 사도가 말한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입니다. 벤은 이미 그 짧은 삶 안에서, 겉치레가 아닌 마음의 진실을, 율법의 멍에가 아닌 사랑의 자유를 온전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벤을 떠나보낸 뒤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종종 ‘종살이의 멍에’가 찾아오지 않습니까? ‘내가 더 잘했더라면’, ‘그때 그 증상을 조금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그 무거운 자책의 멍에 말입니다. 오늘 주님은 여러분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그 멍에를 내려놓아라.” 질병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벤의 아픔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며, 여러분의 그 어떤 소홀함도 없었습니다. 주님은 여러분의 그 깊은 사랑을 다 알고 계십니다. 여러분이 벤에게 쏟았던 그 모든 정성, 벤과 함께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며 나누었던 그 고요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벤의 영혼에 새겨진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질문들을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아픈 마음을 당신의 십자가 아래에서 함께 안고 계십니다.
때로는 벤이 너무 보고 싶어 밤잠을 설치고, 벤이 남긴 흔적들 앞에서 무너져 내릴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바오로 사도가 말한 ‘그리스도의 자유’는 죽음조차 가로막지 못하는 사랑의 자유입니다. 벤은 지금 하느님 나라의 ‘Banquet of Heaven’에서,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벤은 여러분이 다시 웃기를, 라이언과 함께 서로의 손을 잡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언제나 가장 든든한 형이었지. 형이 너와 함께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여행지에서 함께 걷던 그 모든 시간은 너의 삶에 심어진 거룩한 씨앗이란다.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천국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거야.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형은 네가 짓는 그 미소 속에, 네가 아빠와 나누는 그 대화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알란 님, 타오 님. 벤이 아빠의 꿈속에서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던 그 장면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주님의 품 안에서 모든 고통을 벗어던지고 참된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온기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이 세상 곳곳에 생명수로 흐르고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을 적시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행하는 그 모든 자비로운 일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여러분은 벤을 잃은 것이 아니라, 벤이라는 천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여러분의 삶 자체가 벤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며,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여러분에게 비추시고 은혜를 베푸시기를 빕니다.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