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는 오늘,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반쯤 죽은 채 버려진 사람의 이야기를 마주합니다. 성경은 그가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예루살렘은 거룩한 성전이 있는 곳이고, 여리고는 세상의 길로 이어지는 곳입니다. 이 길 위에서 사제와 레위인은 그를 보았지만, 그저 반대편으로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바쁜 일정이었을 수도, 혹은 부정한 것을 만지기 싫은 율법적 두려움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보았지만' 결코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그 사람은 그저 길 위에 놓인 장애물에 불과했습니다.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벤자민 보, 우리 벤이 주님 품으로 돌아간 지 벌써 석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마치 멈춘 듯하면서도, 또 너무나 빨리 흘러가 버려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벤을 생각하면 저는 그 아이의 그 맑은 눈빛이 떠오릅니다. 특히 아빠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치 세상의 모든 진리가 그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것처럼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던 그 모습 말입니다. 벤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품었습니다. 벤은 아빠의 목소리에서 사랑을 읽었고, 그 사랑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확인했습니다. 벤은 결코 누군가를 '지나쳐' 버리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작은 돼지 저금통을 털어 아픈 삼촌을 돕겠다고 말할 만큼,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깊은 마음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오늘 복음의 강도 만난 사람처럼, 여러분의 마음에도 깊은 상처가 남아 있음을 압니다. 때로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때로는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려울 만큼 마음이 무거울 것입니다. 혹시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서 '내가 더 잘했더라면', '무엇인가를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그 가혹한 질문이 여러분을 찌르고 있나요? 여러분, 그 무거운 돌을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벤이 겪었던 그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며, 여러분의 소홀함 때문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의 죄도,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자비의 빛을 기억하십시오. 질병은 벌이 아니며, 여러분의 잘못은 더더욱 아닙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숭고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은 벤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었고, 벤은 그 사랑 안에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벤은 여러분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고, 그 사랑을 안고 하느님 나라로 떠났습니다. 어떤 슬픔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예고 없이 찾아오며, 여러분은 그 모든 과정에서 벤의 가장 든든한 등불이 되어주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돌을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마리아인은 그 사람을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가엾은 마음'이란 원어로 '창자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을 의미합니다. 타인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이웃입니다. 벤은 짧은 생애 동안 바로 그런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 순수한 마음은 이미 하느님 나라의 법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벤이 꿈꾸던 '콘 침 에어라인'은 단순히 비행기를 향한 열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더 넓은 세상, 더 높은 하늘을 누리고 싶어 했던, 벤의 그 아름다운 영혼의 비행이었습니다. 이제 벤은 그 꿈을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히 이루고 있습니다. 벤은 지금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라고 말하며, 맑고 건강한 모습으로 서 있던 그 벤의 모습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 나라의 연회장에서,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듯한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형은 네가 아빠와 함께 나누는 그 고요한 이야기들 속에, 그리고 네가 짓는 그 환한 미소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단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통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 남모르게 베푸는 자비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벤의 삶은 헛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빛 안에서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내가 사람들에게 호의를 얻으려 하겠습니까, 아니면 하느님께 호의를 얻으려 하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시선이 아니라, 하느님의 그 무한한 자비 안에 머물기로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그 선택이 여러분을 다시 살게 할 것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을 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그 자리에 함께 머물자고 초대하십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