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자비보다 슬픔을 더 크게 보았음을 용서하소서. 그리스도님, 저희가 당신의 약속보다 눈앞의 빈자리를 더 크게 보았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저희가 당신의 사랑 안에 머물지 못하고 자책 속에 머물렀음을 용서하소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두 가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비유하십니다. 하나는 정원에 심은 겨자씨 한 알이고, 다른 하나는 밀가루 서 말 속에 섞어 넣은 누룩입니다.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아주 평범한 일상의 재료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작은 것들이 땅에 심기고 반죽에 스며들 때,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변화가 시작됩니다. 겨자씨는 새들이 깃드는 커다란 가지를 뻗어내고, 누룩은 온 반죽을 부풀게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거창한 기적이나 화려한 사건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아주 작고 일상적인 순간들을 통해 우리 삶의 가장 깊은 곳을 변화시키며 다가옵니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의 뜻을 거대한 설계도처럼 이해하려 합니다. 벤자민, 우리 벤이 그토록 사랑했던 비행기처럼, 인생도 정교하게 계산된 항로를 따라 순조롭게 날아가길 바랍니다. 벤은 열다섯 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직접 '콘 짐 에어라인'이라는 항공사를 세우는 꿈을 꾸며 세상을 탐구했습니다. 벤에게 세상은 그저 딱딱한 지식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으신 경이로운 설계도였습니다. 벤은 아빠의 목소리를 사랑했고, 아빠가 들려주는 사소한 이야기 속에서도 진심을 찾아낼 줄 아는 지혜로운 소년이었습니다. 벤이 보여준 그 순수한 몰입과 열정은, 마치 반죽 속에 섞인 누룩처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부풀게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진실을 먼저 마주해야 합니다. 벤이 우리의 품을 떠난 지 이제 넉 달이 지났습니다.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형을 잃은 슬픔 속에 있는 라이언. 여러분이 밤마다 벤을 그리워하며 흘리는 그 눈물, 벤의 빈자리 앞에서 느끼는 그 깊은 고독을 주님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문득 밤이 깊어 잠들지 못할 때, 마음속에서는 자꾸만 가혹한 질문들이 피어오를지 모릅니다. '내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내가 놓친 것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 서글픈 자책의 무게가 여러분의 어깨를 짓누르지는 않습니까? 가슴에 박힌 그 무거운 돌덩이를 안고 홀로 눈물 흘리며 지새운 밤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오늘 주님은 바로 그 아픈 자책의 돌을 여러분의 가슴에서 조용히 들어내십니다. 알란 님, 타오 님, 벤의 아픔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어떤 질병도, 그 어떤 시련도 여러분의 사랑이 부족해서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쏟았던 그 눈물겨운 정성과 극진한 손길 외에는 그 어떤 다른 이유도 없습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벤이 아빠의 꿈속에 나타나 환하게 웃으며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고 전했던 그 온화한 평화를 기억하십시오. 벤은 지금 하느님의 품 안에서 모든 고통을 벗어던지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하늘보다 더 찬란한 빛 속에서 자유롭게 숨 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질책을 이제 주님의 십자가 아래 온전히 내려놓으십시오. 질병은 부모의 탓이 아니며, 어떤 부주의함의 결과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삶의 신비 속에서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으로 다가온 것뿐입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벤은 참으로 마음이 고운 소년이었습니다. 벤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타인을 향한 맑은 순수함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삼촌이 큰 아픔을 겪을 때, 벤은 자신의 전부였던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저금통을 깨거나 건네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그 마음의 고백 하나가 중요합니다. 나 혼자 살겠다고 곳간을 채우는 세상의 계산법이 아니라,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이의 아픔과 바꾸고 싶어 했던 그 순수한 제공의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보화가 아니겠습니까? 벤은 이미 그 짧은 삶 안에서, 하늘나라의 법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생명수로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라이언, 형 벤을 기억하니? 네 곁에서 함께 장난을 치고, 여행지에서 나란히 발걸음을 맞추던 형의 그 따뜻한 미소는 네 안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씩씩하게 바라보렴. 엄마 아빠의 곁을 지키는 너의 그 다정한 발걸음마다 형의 사랑이 함께 머물고 있단다. 형은 언제나 네 삶의 가장 든든한 조종사가 되어, 네가 하늘을 향해 꿈을 펼칠 때마다 너를 응원해 줄 거야. 형이 너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 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렴.
알란 님, 타오 님.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닙니다. 벤이 여러분의 삶에 남긴 그 맑은 온기와 사랑은 지금도 여러분의 숨결마다 살아 있습니다. 오늘 밤, 벤이 좋아하던 비행기 사진이나 환하게 웃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고요한 침묵 속에서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상처 입은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줄 것입니다. 우리는 벤을 잃은 것이 아니라, 벤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통해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자비의 실천들, 그 조용한 나눔들이 바로 벤이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 남긴 사랑의 흔적입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만 마음속에 품고 가십시오. 우리는 세상의 계산과 두려움에 매여 사는 이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일치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품었던 그 순수한 마음과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굳건히 살아가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다오.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모든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아멘.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여러분의 슬픔을 위로로 바꾸어 주시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