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오늘 우리는 사랑의 길을 걷다 순교하신 성인들을 기억하며, 그 사랑의 정점이신 주님 앞에 모였습니다.
주님, 저희가 사랑보다 지식을 앞세웠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저희가 형제보다 내 뜻을 먼저 생각했음을 자비로이 돌보소서. 주님, 저희가 사랑의 길을 걷지 못했음을 긍휼히 여기소서.
오늘 우리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내는 바오로 사도의 그 유명한 찬가 앞에 서 있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친절합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결혼식이나 축제 때 자주 듣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 벤자민 보, 우리 벤이 하늘나라로 간 지 석 달이 지난 이 고요한 아침에, 이 말씀은 전혀 다른 무게로 우리 가슴을 파고듭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벤자민이 우리 곁에 머물던 그 열다섯 해를 떠올려 보십시오. 벤은 그저 명석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벤은 사랑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몸소 알고 실천하던 아이였습니다. 여러분, 벤이 아빠의 꾸며낸 이야기들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인 것처럼 귀를 기울여 듣던 그 모습을 기억하십니까? 그건 단순히 아이의 호기심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소중히 여기고, 그 사람의 세계에 온전히 머물러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바오로 사도가 말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사랑'입니다. 벤은 아빠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자신의 마음을 포개어 놓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사랑'을 감정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는 사랑을 '길'이라고 부릅니다. '나는 이제 여러분에게 더 훌륭한 길을 보여 주겠습니다.' 이 길은 때로 좁고 험합니다. 특히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여러분의 길은 더욱 그렇습니다. 벤이 떠난 후, 여러분의 하루하루는 마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시장터의 아이들과 같습니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슬픔은 때로 우리를 그 시장터의 사람처럼 무감각하게 만듭니다. 기쁜 소식도, 위로의 말도 들리지 않는 그 텅 빈 광야. 벤이 없는 집, 벤이 없는 식탁, 벤이 없는 공항의 그 고요함 속에서 여러분은 지금 그 곡조 없는 슬픔을 견디고 계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알란 님, 타오 님, 그리고 라이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시장터의 불평하는 이들을 보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혜는 그 자녀들로 말미암아 올바름이 드러난다.' 벤은 여러분의 삶에 남겨진 가장 아름다운 지혜의 증거입니다. 벤이 삼촌의 아픔을 보았을 때, 자신의 어린 저금통을 기꺼이 내어주겠다고 말했던 그 마음을 기억하십시오. 벤은 실제로 그 저금통을 깨뜨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내어줌'의 의지는 벤의 영혼이 얼마나 고귀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마음은 벤이 하느님의 반석 위에 자신의 삶을 짓고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벤은 지금 하늘나라의 연회장에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을 가장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밤이 깊어질수록 '내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죄책감이 여러분을 괴롭힐지도 모릅니다. 벤이 아팠던 것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의 죄도 아니고 그 부모의 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자비의 빛을 기억하십시오. 질병은 부모의 소홀함이나 어떤 실수에 대한 벌이 아닙니다. 어떤 슬픔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찾아옵니다. 여러분은 벤에게 세상이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숭고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벤이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밝혀준 가장 따뜻한 등불이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그 가혹한 죄책감이라는 들보를 이제는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여러분은 충분히 사랑했고, 벤은 그 사랑 안에서 행복했습니다.
벤은 여러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여러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아빠의 꿈에 나타나 '테스트는 다 통과했어요'라고 말했던 그 맑은 목소리는, 벤이 지금 하느님 앞에서 얼마나 온전하고 자유로운지를 알려주는 희망의 증거입니다. 벤은 여러분이 아빠와 함께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며 나누던 그 고요한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이 함께 나누었던 그 따뜻한 식탁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벤은 여러분의 아들이자, 여러분의 수호천사이며, 하느님 사랑의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라이언, 형 벤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형이었지. 형이 너에게 남겨준 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렴. 형은 지금도 네가 씩씩하게 자라나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드리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단다. 형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렴. 형은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지켜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어주고 있단다. 형이 꿈꾸던 그 넓은 하늘을, 이제는 네가 형의 눈이 되어 더 높이 바라보렴.
사랑하는 여러분, 벤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 '사랑의 우물'처럼, 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우며 세상 곳곳에서 생명수로 흐르고 있습니다. 벤은 우리에게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여러분이 벤의 이름으로 행하는 작은 선행들, 남모르게 베푸는 자비들은 벤의 사랑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벤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통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 성당을 나서며 이 한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늘 밤, 벤이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시간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침묵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벤이 좋아했던 비행기 사진을 보거나, 아이가 남긴 웃음을 떠올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그 손길 안에, 그 침묵 안에 주님의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벤은 그 사랑의 대화 속에, 그 다정한 온기 속에 언제나 함께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벤의 그 맑은 웃음을 통해 여러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입니다. 벤자민 보, 우리 벤. 네가 꿈꾸던 그 하늘을 이제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주님의 평화가 여기 남겨진 우리 모두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For the intentions entrusted to Ben on our prayer wall:
At the Savior’s command and formed by divine teaching, we dare to say: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벤자민의 사랑이 여러분의 삶을 영원히 비추기를 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안히 가십시오.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아멘.